[아이티투데이 이경탁 기자] 고인 물에 빠진 사과가 썩어가고 있다. 애플의 2016 회계연도 제2분기 매출이 2003년 이후 13년 만에 처음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애플의 실적 부진이 단순히 스마트폰 시장의 둔화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애플이 고집하고 있는 폐쇄형 플랫폼 전략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최근 IT 업계에서 오픈소스 열풍이 거세다. 한국IDC에 따르면 IT 시장에서 오픈소스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새로운 IT 투자 결정에 있어 성능, 레이턴시, 관리역량, 적시성, 자동화, 벤더종속성 및 경제적 측면의 평가에서 오픈소스 영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 최근 애플이 고집하고 있는 폐쇄형 플랫폼 전략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애플과 같이 폐쇄형 플랫폼 전략을 고집하던 마이크로소프트(MS)와 오라클마저 오픈소스 생태계를 받아 들이고 있다. 실제 오라클은 현재 500개 이상의 오픈소스 기반 프로젝트들에 참여, 지원하고 있다. MS 또한 독점적으로 보유하던 솔루션 및 플래폼들을 오픈소스화 시키고 있다.

김명호 한국 MS 최고기술임원 상무는 “불과 10년 사이에 모든 상황이 바뀌었다. 디바이스와 데이터가 무한대로 넘치는 현재 MS가 모든 것을 컨트롤하기에는 불가능하다”며 “과거의 MS가 충성 있는 고객, 협력사 등에게만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폐쇄적인 솔루션과 전략을 가졌다면 이제는 모든 사람들이 데이터를 활용해 가치를 누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애플은 최근 프로그래밍 언어 스위프트를 오픈소스 기반으로 공개했을 뿐 그 외 다른 부분에서는 여전히 폐쇄적인 전략을 고수하며 오픈소스 생태계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 오픈소스 안드로이드에 치여 힘 빠지는 애플 iOS

애플 iOS 플랫폼의 경쟁 플랫폼인 오픈소스 기반의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는 하드웨어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삼성전자, LG전자, 화웨이 등을 안드로이드 우군으로 삼아 전 세계 스마트폰 OS 시장 점유율을 날이 갈수록 높여가고 있다.

아이폰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마저도 애플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칸터월드패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구글 안드로이드가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62.8%를 차지한 반면 iOS는 33.6%에 그쳤다. 지난해 3분기 안드로이드 점유율은 2014년 동기 대비 9.5%포인트 성장 한 반면 iOS는 8.3%포인트 감소했다.

전 세계의 꿀뚝에서 방대한 내수 기반 소비시장으로 전환하고 있는 중국에서도 모바일 OS 판도가 안드로이드 쪽으로 기울고 있다. 올 초 급격한 성장세를 보인 안드로이드와 달리 iOS의 성장세는 정체 기로에 있다.

▲ 애플의 주요 매출원이던 스마트폰 시장에서 안드로이드에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플리커)

칸타월드패널컴텍의 최신 스마트폰 운용체계(OS) 보고서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2월까지 3개월간 안드로이드는 중국 도시에서 판매액 점유율이 전년 대비 73% 올라 76.4%에 이르렀다. 반면 2015년 2월부터 2016년 2월 까지 iOS 시스템 시장 점유율은 3.2%P 줄어들었다.

중국과 함께 잠재력 있는 시장으로 평가받는 인도에서도 애플과 아이폰의 인지도는 매우 떨어진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인의 절반 이상이 애플이라는 기업과 아이폰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 마이크로소프트(MS), 소니 같은 경쟁 글로벌 기업들에 뒤쳐지는 수준이 아닌 마이크로맥스(Micromax)나 카본(Karbonn) 같은 인도 로컬 브랜드보다 인지도가 떨어지는 상황이다.

▲ 아이폰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마저도 애플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사진=플리커)

이에 애플이 2016년 2분기(애플 회계연도)에 판매한 아이폰 대수는 5120만대로 전년 동기보다 16.2% 감소해 990만대나 줄어들었다. 아이폰 첫 출시 이후 아이폰 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줄어든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애플 총매출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마진율 또한 높은 아이폰의 성장이 꺾이면서 전 세계 기업 중 브랜드 가치 1위를 달리고 있는 영광이 흔들릴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한양대학교 한상린 경영학과 교수는 “소니의 VTR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역사적으로 폐쇄형 비즈니스는 늘 한계점을 보여왔다”며 “최근 애플의 부진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전하다고 하던 보안에도 구멍 뚫린 애플 플랫폼 생태계

애플이 이처럼 폐쇄형 플랫폼 전략을 고수하는 이유는 보안을 중시하는 애플의 경영 방침 때문이다. 애플은 iOS가 오픈소스 기반의 안드로이드에 비해 뛰어난 보안을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 하지만 최근 보안 업계에 따르면 애플의 iOS 및 맥 OS X에 구멍이 숭숭 뚫리고 있다.

시만텍은 ‘2016년 주요 보안 동향 전망’에서 애플 기기를 공격하는 사이버 범죄 증가를 주목해야 할 보안 동향 전망으로 꼽았다. 특히 지난해부터 맥 OS X나 iOS 등 애플 운영체제 감염을 노린 공격이 급증했다. 탈옥하지 않은 아이폰도 감염시킬 수 있는 악성코드 ‘Yispecter’가 등장했으며 ‘XcodeGhost’에 감염된 악성앱들이 앱스토어에 다량으로 등록됐다.

▲ 최근 보안 업계에 따르면 애플의 iOS 및 맥 OS X에 취약성이 많아지고 있다 (사진=유튜브)

윤광택 시만텍코리아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아직 악성코드 숫자로 따지면 안드로이드가 여전히 많지만 취약점 관점에서 보면 iOS가 더욱 많아지고 있다”며 “iOS에 대한 보안 위협이 갈수록 증가해 사용자들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델 코리아 강훈 부장은 “최근에는 리눅스 등 오픈소스 기반 플랫폼이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소스의 안정성과 보안성을 수시로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어 오히려 폐쇄형 플랫폼보다 보안성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신성장동력도 전무… 경쟁사 뒤꽁무니 쫓는 암울한 애플의 미래

스티브 잡스가 살아 있을 때만 하더라도 애플은 혁신의 아이콘이었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 사후 애플은 지속적인 혁신을 기대할 만한 새로운 제품과 비전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애플TV와 애플워치 또한 소비자들의 호응을 제대로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스티브 잡스가 남겨 놓은 유산을 현상 유지하는 능력만이 있을 뿐 새로운 사업을 개척하고 비전을 제시하는 그릇이 되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특히, 최근 IT 업계의 핫 키워드인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AI) 분야에서도 시장을 리드하기는커녕 경쟁사들의 뒤꽁무니만 쫓고 있다. 업계 어디에서도 애플이 이 같은 분야에서 특출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네트워크 장비 회사였던 시스코가 사물인터넷(IoT) 기업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반도체 칩 제조 업체 인텔도 클라우드와 HPC(고성능컴퓨터) 시장을 개척해 시장의 저변 확대를 꾀하고 있다. IBM 또한 인공지능 플랫폼 ‘왓슨’을 기반으로 ‘코그너티브 비즈니스’라는 비전을 내세우고 있다.

▲ 팀 쿡 애플 CEO는 전임 CEO였던 스티브 잡스가 보여준 혁신 역량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사진=위키피디아)

업계에서는 각 분야에서 전통적인 강자였던 시스코, 인텔, IBM, MS 등의 기업들이 기존 제품과 솔루션에 안주하지 않은 체 체질을 바꿔, 빠르게 변신을 시도하는 것과는 달리 애플은 정중동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한다.

애플의 사물인터넷(IoT) 전략에 대해 알렉스 호킨슨 스마트싱스 최고경영자(CEO)는 “애플은 폐쇄형 플랫폼을 갖고 있어 IoT 디바이스를 널리 보급하기 어려울 것이다”며 “애플은 스마트폰과 태블릿, TV 셋톱박스가 가진 기기의 전부다. 자율주행차량도 개발한다고 하지만 아직 기초 단계일 뿐”이라고 진단했다.

인공지능 분야에서도 애플 비서 앱 ‘시리’가 있지만 구글의 알파고나 IBM의 왓슨이 보여준 인공지능 혁신에는 한참 못 미친다는 평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이폰 출시 10년을 앞두고 있는 애플은 더 이상 아이폰만으로 별다른 혁신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애플이 이제 어떠한 형태로든 새로운 혁신을 제시하지 못하는 이상 과거 10년 동안 누렸던 기업 경쟁력을 유지하지 못해 애플 제국의 신화는 끝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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