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김효정 기자]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 심사기간이 예상 보다 길어지는 가운데, '조건부 합병 승인론'과 '합병 불허론' 등의 추측이 업계에 떠돌고 있다. 경쟁사 간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이고,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큰 만큼 관련 업계는 그 어느 때 보다 예민하다.

심사 기관인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첫번째 심사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만 바라보는 듯한 분위기다. 공정위 역시 여러모로 '쉽지 않은' 심사에 고민이 더해가고 있다. 정치권 개입설이 흘러나왔고, 특정 언론의 반대에 부담이 커졌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까지 떠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면서 당사자인 SK텔레콤과 인수합병에 반대하는 KT와 LG유플러스의 대립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인수합병 승인을 기다리는 쪽도, 반대하는 쪽도 치열한 홍보 경쟁에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이를 두고 이동통신 3사가 각자의 주장과 논리를 앞세워 합병 승인-불허의 당위성을 다양한 채널을 통해 알리고 있다. 찬반 양측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 있는 가운데, 이를 가늠해 볼 방송통신 기업간 인수합병 해외 사례에 대해서도 해석이 분분하다.

■ SKT, 美 차터-TWC M&A 승인..."경쟁력 있는 2위 필요"

먼저, 미국의 차터와 타임워너케이블의 M&A 사례는 SK텔레콤 입장에서 긍정적이다. 미국의 연방방송통신위원회(FCC)가 4위 케이블TV 업체 차터 커뮤니케이션과 2위 타임워너케이블의 인수합병(M&A)에 대한 조건부 승인 방침을 사실상 확정했기 때문이다.

톰 휠러 FCC 의장은 지난 25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차터와 타임워너케이블 M&A 이후 초고속 인터넷 업체들 간 경쟁이 활발해질 것이며, 이는 사용자에게 혁신과 새로운 선택권을 제공할 수 있다"며 조건부 승인 권고에 대한 이유를 설명했다.

휠러 의장은 향후 7년 간 ▲인터넷 종량 과금 또는 한도 제한 금지 ▲OTT 업체에 접속료 부과 금지 ▲OTT 업체·콘텐츠 제작사 대상 불리한 조건 부과 금지 등의 '조건부' 승인을 권고했다. 1차적으로 미국 법무부가 조건부 승인을 발표했다.

이 결과 대해, SK텔레콤 측은 우리나라 규제기관이 SK-CJ헬로비전 M&A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차터-타임워너의 M&A가 1위 사업자인 컴캐스트를 견제할 경쟁력 있는 2위 사업자의 등장 필요성을 인정해 승인했다는 것이 그 근거다. SK가 CJ헬로비전을 인수해도 유료방송 시장 1위 사업자는 KT이고, SK-CJ헬로비전은 2위 사업자라는 주장이다.

그 동안 방송-방송, 통신-통신 등 동종 업계의 M&A는 경쟁자 수 축소 및 독과점 가능성 등을 이유로 정책당국이 불허하는 사례가 존재했다. 일례로 FCC는 케이블 업계 1위 컴캐스트와 2위 타임워너케이블의 인수합병을 불허한 바 있다. 이는 1-2위 사업자간 합병으로 인한 독점사업자 출현 및 경쟁 저하를 경계했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해 미국의 통신사 AT&T와 방송사업자 다이렉TV(7월 승인), 포르투갈/브라질의 알티스-포르투갈텔(4월) 스페인의 텔레포니카-카날플러스(4월) 등 통신-방송 이종간 M&A 허가 사례는 SK텔레콤이 내세우는 긍정적 해외 사례이다.

■ 합병 반대 진영, 독점적 방송통신 M&A "NO"

반면, KT와 LG유플러스 입장에서는 독점적 방송통신 M&A에 대해서는 소비자 요금인상 가능성 및 공정 경쟁 파괴가 우려된다는 해외 사례가 반갑다. 해외 규제기관 역시 방송통신 기업 간의 M&A에 대해서는 철저히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영국 이통사 '쓰리(Three)'의 'O2' 인수와 관련해 "쓰리가 당국을 설득하기 위한 추가 양보안 제시 없이, 불허 결정에 대비한 소송 준비에 들어갔다"고 단독 보도했다.

영국 경쟁 규제기관인 CMA는 지난 11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에 합병 반대 입장을 공식 전달했고, 영국 방송통신분야 규제기관인 오프콤(Ofcom)도 거부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영국 유력지 가디언에 따르면 오프콤의 샤론 화이트 의장은 "일반 소비자와 기업 고객의 가격이 인상되고 통신시장의 균형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쟁 제한적인 통신사업자 간 인수합병에 대해 명확한 반대 입장을 표명해 온 EC의 반독점 분야 수장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Margrethe Vestager) 경쟁담당 집행위원도 지난 13일 "영국 규제기관의 반대의견을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언급했다. 이 경우는 사실상 M&A가 불허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O2와 쓰리가 합병할 경우 시장 점유율은 40% 이상으로 뛰며, 이동통신 시장 사업자가 4개에서 3개로 줄어 경쟁이 저하되고 소비자 요금이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앞서 오스트리아 규제기구 RTR은 "지난 2012년 자국 이동통신시장 4위 사업자 H3G(Hutchison Three Austria)가 3위 사업자 오렌지 오스트리아를 인수 합병한 이후 소비자의 이동통신요금이 최대 90% 뛰었다"는 보고서를 내 글로벌 통신업계에 큰 파장을 불러 일으킨 바 있다.

실제로 EU 당국은 2015년 덴마크 2위 이동통신사업자 텔레노르와 3위 텔리아소네라의 인수합병도 불허한 바 있다. 인수합병으로 사업자 수가 줄어 소비자 선택권의 축소, 요금 인상, 혁신서비스 저해를 부를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 장고 들어간 공정위, 신중하고 철저한 심사

각 진영에 환영 받을 만한 해외 M&A 승인-불허 사례를 어느 한쪽으로 편중해서 비교하기는 힘들다. 해외 사례 역시 시각에 따라, 양측 진영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을 정도의 설득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러한 해외 사례들은 공정위를 비롯한 미래부, 방통위 등 규제당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되고 있다.

유럽과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등 해외 규제기관은 통신/방송 기업의 결합 문제에 대해 충분한 시간을 두고 강력한 기준으로 심사하고 있다. 영국 쓰리-O2 인수합병은 지난해 9월 신고된 이후 기본 심사기간을 훨씬 넘겨 진행됐다. 미국 법무부와 경쟁위원회(FTC)가 2015년에 결론을 낸 합병 건들은 거래 발표부터 정부 결정까지 평균 10개월 이상 걸렸으며, 컴캐스트와 타임워너케이블은 합병 철회까지 14개월이 걸린 바 있다.

정재찬 공정위원장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40일을 넘겼다는 지적에 대해 "M&A 심사 관련 법정기간은 120일이지만 자료보정에 포함되는 기간은 제외된다"며 심사숙고해 논의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SK-CJ헬로비전 M&A는 이해관계가 달린 양측의 반론과 주장, 산업과 시장에 끼칠 파급력, 외부 압력설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승인을 하든, 조건부 승인을 하든, 불허를 하든지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조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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