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이경탁 기자]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MS가 지난 4월 발표한 1분기 순익 실적이 지난해 동기 대비 25% 감소했다. 문제는 실적이 아니다. 그동안 MS가 자랑했던 사업적 우위 요소와 기술 경쟁력이 추락하고 있다. 특히 MS라는 기업을 현재의 독보적 위치까지 올려주었던 운영체제(OS) 시장에서 힘이 빠지고 있는 것은 MS 입장에서 뼈 아픈 상황이다.

웹트래픽 분석업체 넷애플리케이션스 조사에 따르면 지난 2일(현지시각) 기준 전 세계 PC 시장에서 인터넷 접속 기준으로 지난 3월까지 유지되던 MS 윈도OS 점유율 90%라는 마의 장벽이 깨졌다. 맥OS의 약진 등으로 윈도의 PC OS 장악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OS 장악력이 떨어지니 웹브라우저 점유율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위와 같은 조사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으로 MS의 웹브라우저인 ‘인터넷익스플로러(IE)+엣지(윈도10전용)’의 시장점유율(41.3%)이 구글 크롬(41.67%)에 역전됐다. MS가 글로벌을 대상으로 한 웹브라우저 시장 점유율에서 지난 1995년 이후 줄곧 1위를 차지했지만 1위 자리를 내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윈도 점유율이 98%에 가까이 국내 시장에서도 최근 티맥스소프트가 OS 시장 진출을 선언, 만약 전국 각지에 뻗어 있는 영업망으로 지방 공공기관 조달용 시장을 차지해버리면 한국MS로서 골치 아픈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가 부임 후 오픈소스 생태계 강화에 나서고 있다 (사진=플리커)

PC OS 뿐 아니라 x86 서버 OS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케이아이엔엑스(KINX) 네트워크유닛 이재영 과장은 “특정 OS별로 장단점이 뚜렷하고 용도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데이터센터 내에서 어느 운영체제가 사용하기 좋다 나쁘다 할 수 없지만 과거보다 리눅스 선호 고객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적으로는 이미 리눅스 진영이 윈도에 앞섰는지 오래고 한국에서도 이 같은 조짐이 점점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4일 한국IDC에 따르면 국내 x86 서버 시장에서 윈도는 지난 2013년에서 62.2%에서 52.8%로 2년 사이 10% 포인트 가까이 추락했다.

같은 기간 리눅스는 37.6%에서 47%로 10% 포인트 이상 상승하며 윈도 고객들을 흡수했다. 올해 리눅스 점유율이 윈도를 앞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는 최근 대두되고 있는 SDDC(소프트웨어정의데이터센터) 환경에서 가상화 필수 장비인 x86 서버 OS가 오픈소스로 대표되는 리눅스가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과거 윈도 OS에서 주로 개발되던 PC 게임시장에서 모바일 게임 시장으로 판도가 바뀌며 안드로이드(리눅스 커널)로 인해 리눅스 OS 개발 환경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 자료=한국IDC

한국레드햇 관계자는 “서버 시장에서 글로벌적으로는 이미 윈도를 앞 선지는 오래고 국내에서도 갑자기 오픈소스 기반의 리눅스가 뜬 것이 아니고 이런 추세로 오고 있었다”며 “특히 최근 빠른 비즈니스 변화로 인해 빠른 개발환경이 필요, 이를 유연하게 빠르게 개발해 적용할 수 있는 리눅스의 진가를 고객들이 인정한 것이다”고 말했다.

레드햇은 현재 리눅스 업계에서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대표적인 엔터프라이즈용 리눅스 배포판 기업으로 56분기 연속 매출 성장이라는 폭풍 같은 질주를 이어나가고 있다. 이에 과거 레드햇을 적대시하던 MS도 백기를 들고 지난해 11월 레드햇과 파트너쉽을 체결, 자사 클라우드 애저 플랫폼에 레드햇 솔루션이 호환되게 하는 등 오픈 소스 진영에 구애를 보내고 있다.

모바일 OS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이미 애플 iOS와 구글 안드로이드가 시장을 양분한 상태로 윈도폰은 존재감이 없다. 최근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개발한 오픈형 OS 타이젠도 모바일 OS 시장에서 4위에 안착, 이르면 2~3년 안으로 타이젠이 윈도를 꺾고 3위에 오를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MS가 PC-서버-모바일 운영체제 시장에서 사면초가인 상황이다 (사진=유튜브)

MS는 돈이 되는(?) 클라우드 애저 플랫폼 확대에 총력을 하고 있지만 클라우드 시장에서도 아마존웹서비스(AWS)란 거대한 산이 버티고 있고, MS와 마찬가지로 IaaS-PaaS-SaaS까지 모든 역량을 갖춘 IBM, 구글, 오라클 등 경쟁 업체들의 공세도 거세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모바일과 클라우드가 우선"이라는 목표를 두고 회사를 전두 지휘해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특정 한 기업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는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MS가 구글의 등장과 모바일 시대로 인한 IT 환경의 급변화에 MS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며 “과거에 가졌던 독과점 플랫폼 기득권을 잃어가자 이를 눈치 챈 MS가 CEO를 교체, 태도를 돌변해 갑자기 오픈 소스를 사랑한다고 말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드웨어 제품 사업들도 부진하고 유일하게 두각을 나타내는 분야가 클라우드 애저인데 AWS의 성장세에는 미치지 못해 앞으로 점유율 차이가 더욱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 분야도 기술적으로 구글과 IBM에 미치지 못한다. 업계에서 MS가 이대로 2등 기업으로 추락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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