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유료 매체 KIPOST에 2015. 12. 15에 게시된 기사입니다>

경기 둔화로 국내 설비 투자 씨가 마르고 있다. 

반면 중국은 스마트폰에 이어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첨단 제조업에 잇따라 뛰어들면서 천문학적인 규모로 설비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국내 장비 업체들은 뒤늦게 중국 시장으로 눈을 돌려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업체에 대규모 설비를 납품하는 등 잭팟을 터트린 국내 장비 업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대다수 장비 업체들은 중국 기업을 상대하는데 어려움을 겪다가 눈물을 머금고 철수하기 일쑤다. 

우리 장비 업체들이 중국 기업에 당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뭘까? 

 

구입 물량 부풀리기...한국 장비 기술과 노하우 알맹이만 쏙 빼먹기

 

중국 업체 구매 담당자들이 가장 빈번하게 쓰는 방법이 바로 물량 부풀리기다. 삼성 같은 대기업도 장비 업체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다소 주문량을 부풀리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중국 업체들의 물량 부풀리기와 비교하면 귀여운 수준이다. 중국 제조 업체들의 ‘허풍’은 상상을 불허한다. 

상당수 장비 업체 영업 직원들은 중국 담당자들의 주문 부풀리기에 놀아난 바 있다고 토로한다.  

예를 들면 실제 100대의 장비가 필요하다면, 500대의 장비 수요로 제안서를 제출하라는 식이다. 한국을 포함한 여러 장비 업체가 경쟁적으로 입찰에 참여한다. 

우리 대기업과 달리 중국 업체들은 장비의 구체적인 스펙을 제시하지 않는다. 사실 어떤 장비 스펙을 제시해야 할지 경험과 노하우가 없다고 봐야 한다. 

한국 장비 업체들은 생전 처음보는 어마어마한 물량에 넋을 놓고 만다. 중국 기업은 수주에 입찰한 장비 업체들 간 가격 경쟁을 시키며 시간을 끌기 시작한다. 일본 업체와 중국 업체는 뭔가 이상하다고 감지하고 입찰을 포기한다. 대부분 한국 장비 업체들만 남아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수주를 따내기 위해 장비의 구체적인 스펙과 기술 노하우까지 제공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중국 업체들은 한국산 장비를 사줄 것처럼 하다가 결국 입찰에 포기한 자국 장비 업체에 20~30% 낮은 가격으로 생산시킨다. 한국 장비 업체들은 기술과 노하우만 제공하고 팽 당하고 만다. 

결국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다. 

▲ 중소형 디스플레이 생산라인 / 삼성디스플레이 제공

기술적으로 오버 스펙...중국 시장에 대한 무지

 

국내 장비 업체들은 삼성・LG 등 국내 대기업 생산라인에 특화돼 있다. 국내 대기업은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무인화 수준으로 공정 라인을 구축한다. 국내 장비 업체들은 우리 대기업과 거래하면서 기술과 노하우를 습득한 경우가 많다. 

문제는 중국 제조 업체가 쓰기에 한국산 장비는 오버 스펙이라는 점이다. 중국 제조업체들은 작업자 전환율이 굉장히 높다. 자동화 설비는 소품종 대량생산에 적합하지만, 다품종 대량생산에는 맞지 않다. 

실제로 중국 기업들이 주로 구매하는 장비는 반자동 장비다. 한미반도체 등 일부 국내 기업이 중국 시장에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현지 시장이 요구하는 제품을 만들어 판매했기 때문이다. 중국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장비 스펙을 낮추고 가격을 내리는 게 나을 수도 있다. 

한국산 장비는 중국 작업자가 조작하기도 굉장히 힘들다. 설령 장비를 중국 업체에 판매하더라도 쉽지 않다. 한국 엔지니어들은 새로운 장비 조작법을 익히는데 거부감이 없다. 회사 내 교육 자체도 일상화돼 있다. 

그러나 중국 작업자들은 새로운 장비 조작 기술을 익히는데 거부감이 크고 이직률도 높다. 조작하기 어려운 장비는 작업자 실수로 오류가 나기 십상이다. 일부 중국인 작업자는 태업을 하기 위해 장비를 일부러 고장 내기도 한다. 결국 부담은 장비 업체가 진다. 장비 팔아서 이익을 남겨도 AS 대응하면 남는게 없을 수도 있다. 생산 라인 효율화보다 쓰기 쉬운 장비를 만드는데 초점을 두는 게 나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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