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프리미엄 유료 매체 KIPOST에 2016년 1월 29일 게재된 기사입니다.]

VR 시장 수혜...으뜸은 반도체・디스플레이 다음은 카메라・콘텐츠 산업

▲ VR 기기 / 삼성전자 제공

VR 시장 성장으로 가장 큰 수혜를 누리는 하드웨어 산업이 반도체・디스플레이라면 그 다음은 카메라 관련 후방산업이다. 간단한 VR 영상을 촬영하려고 해도 듀얼 카메라・광각 렌즈・자동초점 액추에이터(AF) 등 고성능 소재・부품이 필요하다. 

LG이노텍은 지난해 LG전자 전략 모델 V10에 듀얼 카메라를 공급한 바 있다. 국내 업체 중 VR용 카메라 상업화에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 엠씨넥스・나무가 등 카메라모듈 업체들도 VR 시장을 타깃으로 스마트폰용 듀얼 카메라를 잇따라 공개하고 있다. 듀얼 카메라모듈 시장이 커지면, 고급 렌즈・AF 액추에이터뿐 아니라 검사장비 수요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카메라모듈 검사장비 시장을 선점한 하이비젼시스템 등 업체들이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AF 액추에이터 구동칩 시장을 선점한 동운아나텍도 수혜 업체로 손꼽힌다.

VR이 향후 게임・영상 등 콘텐츠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3D 영상 기술을 보유한 레드로버, VR 게임 제작 업체 조이씨티, 영상 시각효과 제작 업체 덱스터 등이 VR 콘텐츠 시장 확대로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하드웨어 소재・부품과 달리 해외 업체들과 경쟁에서 어느 정도의 경쟁우위를 확보했는지는 의문이다.

당분간 VR 시장은 가격이 저렴한 스마트폰 탈착식 중심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CPU・GPU 프로세서와 데이터・배터리 한계가 있는 만큼 장시간 쓰는 고급 콘텐츠보다는 단시간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하는 게 효과적일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참신한 기획과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한국 VR 콘텐츠 산업의 입지를 다져가는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국내 화장품 산업이 한류 효과를 극대화해 ‘K 뷰티’라는 차별화된 브랜드를 구축한 것처럼 VR용 콘텐츠도 한국만의 색깔을 강화하는 전략이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한다.

▲ VR 기기 시장 점유율 / IHS 제공

 

국내 기업들 VR 시장 초기 대응 미흡...만회하려면 생태계 구축 서둘러야

 

삼성전자는 자사 스마트폰을 탈착할 수 있는 갤럭시 기어 VR을 내놨고, LG전자는 G3 구매자에게 탈착식 VR을 무료 배포한 바 있다. VR 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적인 고민보다는 자사 스마트폰 경쟁력 강화를 위한 액세서리로 간과하고 있다.

페이스북 등 해외 기업들이 차세대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VR 그 자체를 깊이 연구하는 것과 관점이 다르다.

국내 기업들이 VR 시장의 부상을 과소평가한다면 자칫 차세대 기기 시장 주도권을 해외에 뺏길 수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VR 시장에 주목하는 것은 VR 그 자체가 매력적인 제품일 뿐 아니라 PC・스마트폰 등 기기 및 콘텐츠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PC 시장이 대표적이다. 몇 년 전부터 PC 하드웨어 성능 개선에 관심을 보이는 소비자들은 거의 없다. 그러나 오큘러스 리프트 등 VR이 나오면서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현재 세계에 공급된 PC 중 단 1% 정도만 오큘러스 리프트 VR 헤드셋을 소화할 수 있는 성능을 갖췄다. 오큘러스 VR 게임 권장 PC 사양은 △ 8GB D램 △ 코어 i5- 4590 이상 CPU △ AMD290 또는 GTX970 이상 그래픽 카드 등이다. CPU는 코어 i5 이상 탑재한 PC가 꽤 있지만, D램은 통상 5GB가 안 된다.

일부 마니아들을 중심으로 고성능 VR을 즐기기 위해 PC 사양을 다시 업그레이드 하고 있다.

탈착식 VR을 구현하기 위한 스마트폰도 D램 용량이 기존 2GB~4GB에서 더욱 개선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부터 글로벌 기업들은 VR 관련 기기업체와 콘텐츠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합병(M&A)하고 있다. 인텔은 스마트 안경 제조 업체 레콘을 인수했고, 페이스북은 VR 선두 업체 오큘러스를 샀다.

애플은 아직 VR을 출시하지는 않았지만, 전문가를 영입하고 핵심 특허를 출원하면서 상업화를 추진 중이다. 소니는 게임 등 VR 콘텐츠를 잇따라 공개하면서 브랜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VR 시장 성장을 기회로 비디오・콘솔 게임 사업을 재도약시킨다는 목표다. 대만 HTC는 세계 게임 유통 업체 STEAM 및 게임 업체 VALVE와 손잡고 지난해 VIVE를 출시했다.

이미 구글 등 플랫폼을 보유한 기업들은 저렴한 카드 보드를 공급하고, 소스 공개로 VR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스마트폰에 이어 VR 플랫폼도 선점하려는 의도다.

VR 시장 초기 대응에 다소 미흡했던 국내 기업들이 전략적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5세대(5G) 이동통신 서비스 시작을 기회로 협력・제휴 기반 산업 생태계를 조기에 구축해야 한다.

콘텐츠(C)-플랫폼(P)-네트워크(N)-기기 및 소재부품(D)을 중심으로 취약한 부분은 보완하고, 강점은 키워야 한다. 국내 기업들은 플랫폼을 제외하면 나름 분야에서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협력이 제대로 안 돼 산업 생태계가 선순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거 스마트폰 산업 생태계처럼 일부 대기업이 독식하려고 욕심낸다면 VR 시장 주도권은 결국 해외 기업이 가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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