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이경탁 기자] 국내 O2O(온오프연계) 서비스 시장이 빠르게 성장, 시장이 궤도에 오르자 O2O 기업 간 비방과 경쟁도 통신업계만큼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 숙박공유 앱 '여기어때'가 수수료 0% 정책을 내세운지 약 5개월만에 수수료를 부과해, 시장 생태계를 혼란스럽게 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여기어때를 서비스하는 위드이노베이션은 숙박 공유앱 시장에서 비교적 후발주자에 속한다. 지난 2014년 서비스를 시작, 시장을 주름잡던 야놀자를 위협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이 같은 배경에는 공격적인 마케팅과 수수료 0% 정책이 있었다.

여기어때는 지난해부터 방송인 유상무, 유병재, 신동엽을 잇따라 기용, TV CF를 내보내며 인지도 확산에 성공했다. 또한 지난해 12월부터 가맹점들과의 상생을 강조하며 결제 예약 수수료 0%를 선언했다. 야놀자는 서비스 내내 수수료 10% 정책을 유지해왔다.

인터넷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이 수수료와 같은 가격 정책을 세우는 것은 자유롭고 당연한 것이라 본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관계사와 협의해 적정 선에서 책정하는게 일반적이며 수수료 0% 전략은 전부 같이 죽자라는 식의 전략에 가깝다”고 말했다.

▲ 최근 숙박공유 앱 여기어때가 수수료 0% 정책을 내세운지 약 5개월만에 수수료를 인상, 시장 생태계를 혼란스럽게 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사진=위드이노베이션)

수수료 0% 전략으로 여기어때는 모텔 및 중소형 호텔 점주들의 지지를 바탕, 가맹점을 대폭 늘리는데 성공해 지난해까지만 해도 MAU(월간활성이용자) 등의 수치에서 2위(닐슨코리아클릭 기준)로 뒤쳐져 있었지만 올해 들어 야놀자를 제치는데 성공했다.

지난 4월 숙박업소 전문매거진 ‘잇텔’은 시장조사업체 마크로밀엠브레인과 함께 전국 제휴점주 159명을 상대로 실시한 ‘숙박앱 만족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기어때가 업주 대상 만족도 조사에서 1위에 오른 바 있다.

야놀자 측은 닐슨코리아 통계에는 야놀자 서비스 예약의 많은 수를 차지하는 웹 이용자들의 통계가 잡히지 않아 이런 현상이 벌어졌다고 하지만, 여기어때가 빠른 속도로 성장한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야놀자는 2주 전 ‘네이티브 앱(웹연동 앱)’ 작업이 완료되 6월부터는 다시 야놀자가 업계 1위로 통계가 잡힌다는 입장이다.

여기어때는 이렇게 야놀자와 업계 1위를 다툴 정도로 성장했지만 오는 5월부터 10%의 수수료를 부과했다. 지난 2월까지만해도 가맹점 상생을 위해 수수료 0%를 계속 유지한다고 밝힌 지 3개월만이다.

▲ 여기어때는 수수료 0% 정책 등으로 중소형 숙박 업소 점주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사진=위드이노베이션)

여기어때 측은 수익화가 필요한 시점이 되어 수수료를 인상했다고 하지만 시장에서 자리를 잡자 마자 태도를 180도 바꾼 데에 업계 뿐 아니라 모텔 점주들의 불만도 거세다. 그동안 경쟁사들을 갑(甲)질하는 회사로 어필하고 자신들을 착한 기업으로 포장하는 식의 마케팅을 펼쳐왔기 때문이다.

영등포역 근처 A모텔 한 점원은 “사장님한테 듣기로 여기어때가 가맹점주들에게 사전공지도 안하고 갑자기 수수료를 인상했다”며 “여기어때 회원이라며 객실을 찾는 고객들도 많은데 업주들 입장에서는 화난다고 계약을 해지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여기어때는 전국 약 4000개 숙박시설과 제휴를 맺고 월 이용자 100만명을 확보하고 있다.

O2O 서비스 업계 한 관계자는 "O2O시장이 오래된 산업이 아니라 여기어때처럼 수수료를 0%로 가져가 1등으로 올라선 뒤 다시 정상적으로 올리는 방식은 일반적이지 않다"며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건강한 O2O시장 생태계 조성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유명 VC(벤처케피탈) 업계 한 관계자도 "O2O 시장이 지속가능성장하기 위해서는 수익이 필수 적인데 수수료 제로 베이스로 가면 쉽지 않다"며 "아이디어나 기술적인 측면에서 승부를 보는 것이 아니라 당장 유저 몇 명을 더 끌어 오기 위해 소모적인 마케팅비용이나 지속이 되지 못할 영업전략을 펼친다면 그 기업의 미래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여기어때를 서비스하고 있는 위드이노베이션 측 관계자는 "회사 전략에 따른 계획된 유료화였다"며 "수수료 0% 전략과 업계 1위 달성은 무관하고 사장님 관리페이지 등을 통해 몇 차례 사전공지가 충분히 나가 대부분 가맹점 점주들과는 이야기가 잘 됐지만 일부에서는 당연히 반발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어 "수수료 인상을 통한 이익은 쿠폰 등 새로운 상품들로 고객들에게 더 좋은 서비스로 보답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