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이경탁 기자] #오랬동안 1인 방송을 즐겨보던 A군은 최근 1인 방송이 질리기 시작했다. BJ들도 늘어나고 1인 방송 플랫폼도 다양해졌지만 포맷은 ‘먹방(음식 먹는 방송)’, ‘댄스방’, ‘게임방(게임중계)’ 등 항상 똑같기 때문이다. 비슷한 포맷으로 경쟁만 치열해지니 이들의 엽기적이고 자극적인 행동은 오히려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최근 페이스북까지 뛰어들며 대세를 타고 있는 1인 방송이 기존 포맷을 넘어 새로운 활로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1인 방송 시장이 MCN 업체들을 통해 지금보다 더욱 체계화되고 시장이 커져야 된다는 분석이다. 시스템이 체계화되면 기존 포맷의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콘텐츠가 나오고 자연스럽게 다양성도 증가한다는 것이다.

송진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 책임연구원은 “1인 방송이라는 형태 자체가 이론적으로는 장르가 다양하게 나타나야 정상인데 현재는 인기있는 소수 BJ나 콘텐츠로 몰리는 형태로 다양성이 위축되어 있다”며 ”현재 1인 방송이 먹방, 게임방 등 협소한 장르로 약간의 정체기에 있지만 시장 규모가 커져 시청자들이 세분화된다면 새롭고 다양한 장르의 1인 방송들이 나올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 유튜브를 통해 뷰티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후메이크업' (사진=유튜브)

 국내 한 IT기업에 종사하는 B씨는 “현재 이사배가 진행하는 메이크업 뷰티 방송을 즐겨보고 있다”며 “집에서나 출퇴근길에 모바일 동영상을 시청하는 시간에 비해 1인 방송 장르가 먹방, 게임방, 뷰티 방송에 한정되어 있어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현재 시장규모가 2천억~3천억으로 추산되는 MCN 업계도 새로운 콘텐츠와 포맷 발굴을 위해 나서고 있다. CJ E&M의 ‘다이아TV’, 트레져헌터로 대표되는 MCN이란 1인 방송 콘텐츠를 유통 및 판매하는 사업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MCN 기업들은 1인 방송 제작자들의 콘텐츠 저작권 관리 및 광고 유치 등을 도와주고 수익을 나눠 가진다. 쉽게 생각하면 가수들의 기획사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1인 방송 시장 명줄 쥔 MCN 업계… 장르 다변화 유도와 함께 연예인들 모셔오기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춰 MCN 업계는 1인 방송 장르 다변화와 함께 유명 연예인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어 새로운 시도를 진행 중이다.

아프리카TV 관계자는 “포맷 다변화를 위해 스포츠 중계 라이선스 송출권 계약을 한지 5년 정도 되었는데 작년부터 스포츠 전문 BJ들이 늘어나 서로 간 경쟁구도가 이뤄지기 시작했다”며 “현재 BJ들에게 특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아도 음악, 그림, 당구, 낚시, 프라모델 조립 등 다양한 취미와 장기를 가진 BJ들의 방송이 최근 들어 가속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올해부터 엔터테인먼트 쪽에서도 최근 지상파 가요 방송 등의 시청률이 하락세에 있자 아이돌들의 프로모션을 위해 아프리카TV에 출현시켜 정기적인 방송을 하는 등의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 BJ 임지금이 아프리카TV를 통해 요가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아프리카TV)

한편, TV연예인들의 1인 방송 참가 증가는 MBC의 ‘마이리틀텔레비전’의 공도 컸다고 할 수 있다. 기존의 1인 방송이 음지적인 이미지가 강했으나, 대중적으로 유명한 연예인 및 전문가들이 나와 방송을 하면서 1인 방송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을 양지로 이끌어냈다.

실제 TV스타들의 1인 방송 플랫폼이라는 컨셉을 가진 네이버 ‘V앱’의 참여 연예인들을 보면 AOA, 트와이스, 빅뱅, 엑소, 박보영 등 A급 스타들이 방송을 한다.

이에 스타 BJ '양띵', '김이브', '악어' 등이 소속되어 있는 트레져헌터도 최근 연예인 아이돌들을 내세운 방송 제작에 뛰어들어, 콘텐츠 다양성을 확장하고 있다. 이를 통해 향후 일반인 BJ들과 TV 연예인들의 공동 방송 진행 등 기존의 1인 방송 시스템과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이 융합되는 플랫폼으로의 확장까지 염두에 둔다는 비전이다.

▲ 트레져헌터 소속 크리에이터 양띵은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일명 '초통령(초딩들의 대통령)'이라 불린다. <사진=트레져헌터>

송재룡 트레져헌터 대표는 “사실 먹방이든 게임 방송이든 컨셉이 중요하기 보다는 ‘재미’가 있어야된다. 콘텐츠 차별화의 핵심은 재미다”며 “이번에 아이돌 스타들이 출현하는 기획 프로그램 ‘K.I.S.S’는 트레져헌터가 MCN 기업으로서 콘텐츠의 공급뿐만 아니라 기획, 제작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MCN 업계는 이 같은 시도로 1인 방송을 전혀 시청하지 않았던 사용자까지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실제 국내 한 대기업에 종사하는 C씨는 “마이리틀텔레비전을 제외하고는 1인 방송을 전혀 즐겨본 적이 없다”며 “더 이상 특정 연예인이나 스타에 열광할 시기는 지났지만 TV스타들의 사생활과 생각을 엿볼 수 있다면 호기심 차원에서라도 가끔씩은 볼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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