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유료 매체 KIPOST에 2016년 5월 9일 게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가 대만 TSMC의 통합팬아웃(InFO) 기술에 대항할 반도체 패키지 기술을 삼성전기와 공동 개발한다. 

올 가을 출시 예정인 애플 ‘아이폰7(가칭)’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생산 일감을 TSMC에 빼앗긴 데 따른 대응이다. TSMC는 10나노 핀펫(FinFET) 공정에 InFO 패키지 기술을 내세워 아이폰7용 AP(일명 A10) 전량 수주에 성공했다.

▲애플 '아이폰7'에 들어갈 것으로 보이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A10'.

 

삼성전자는 미세 공정 수준을 높이는 한편 InFO에 대응할 기술을 개발해 2017년 가을 출시될 신 모델에는 AP를 재공급한다는 목표다.

InFO 패키지 설비 구축을 위한 공간은 지난해 가동을 멈춘 삼성디스플레이 LCD 라인(L5)을 재활용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패키지 전문 엔지니어 300여명 부산 투입

 

삼성전자와 삼성전기의 공동 연구팀 인원은 약 300명 정도인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에서 100여명, 삼성전기에서 200여명의 연구진이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에 파견됐다.

연구팀의 목표는 TSMC의 InFO에 대응할 기술을 연말까지 개발하는 것이다. InFO는 반도체 다이를 기판에 접합하는 방식을 뜻하는 용어다. 한 패키지 안에 반도체 다이를 1개 담는 ‘싱글 다이 InFO’는 기존에 다이 아래쪽에 위치하던 솔더볼(구 형태의 전도체)을 다이 측면에도 붙여줘 입출력(I/O) 수를 늘려준다.

▲TSMC InFO 설명도. /TSMC 제공

 

‘멀티 다이 InFO’는 한 패키지 안에 2개 이상의 다이를 장착해 한 번에 패키지하는 기술이다. 역시 솔더볼을 측면에도 붙여줘 I/O를 늘릴 수 있고, 여러 개의 다이를 한번에 패키지 해 경박단소화에 유리하다.

InFO는 기존에 다이와 기판을 연결해주던 유기 인터포저 대신 필름 형태의 전도성 막을 이용한다. 유기 인터포저 대비 두께가 얇기 때문에 InFO 패키지를 적용하면 완제품 두께 역시 줄일 수 있다.

업계서는 InFO 공정만 도입해도 스마트폰 두께를 1mm 가까이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이폰6S 두께가 7.1mm인 점을 감안하면, 반도체 패키지 기술 변경으로 스마트폰 두께를 15% 가까이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늦어도 연말 안에 InFO와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 패키지 기술을 개발해 애플에 제안하는 게 목표다. 애플의 신제품 출시 시기는 매년 9월, 양산 시작은 4~5월, 샘플 승인은 전년도 11월~12월 정도기 때문이다. 만약 올 연말 안에 InFO 대응 기술 개발을 완료하지 못하면 내년도 아이폰 모델에도 AP를 납품하는 게 불가능해진다.

▲TSMC 본사 전경. /TSMC 제공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L5 라인에 패키지 라인 깔 듯

 

삼성전자는 기술 개발 작업과는 별개로 InFO 패키지 라인 구축 작업도 준비 중이다.

이를 위해 현재 가동이 정지된 삼성디스플레이의 L5 라인을 재활용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L5는 5세대급 중소형 LCD를 생산하던 라인으로, 지난해 가동을 중단한 뒤 일부 장비를 중국 트룰리에 매각했다.

아직 L5 라인 내부에는 절반 정도의 장비가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에처 등 5세대급 LCD 장비 일부는 반도체 패키지 공정에 재활용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가 삼성디스플레이의 공장과 유휴장비를 재활용하려는 것은 연말까지 시한이 빠듯할 뿐만 아니라, 제조원가를 낮추기 위한 의도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InFO 컨셉트 자체는 이미 반도체 업계에서 장기간 논의되었던 내용”이라며 “다만 얼마나 높은 수율로 싸게 양산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삼성디스플레이 L5의 경우 이미 감가상각이 모두 끝나 제조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최적의 대안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이폰7용 AP 물량을 TSMC가 독식함으로써 시스템LSI 사업부 전체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며 “올 연말 샘플 승인 여부에 따라 시스템LSI 사업부 인사 당락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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