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아이티투데이 이경탁 기자] 전 세계 콘텐츠 산업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미국과 영국에서 뮤지컬이 문화 콘텐츠 시장에서 갖는 위상은 대단하다. 특히 긴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어 비(非)영미 국가가 이 시장을 뚫기란 계란으로 바위치는 것과 다름없다.

현재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한 뮤지컬이 있다. 지난 2013년 뉴욕 브로드웨이에 위치한 알 허쉬펠드 극장에서 시작해 3년 째 공연 중인 ‘킹키부츠’다. 킹키부츠는 CJ E&M이 제작에 참여한 뮤지컬로 3년만에 2억 달러(한화 약 2천 300억원) 매출을 올렸다.

그간 게임, 드라마, 영화, 음악 등에서는 한국 콘텐츠의 영향력이 새삼 놀라운 것이 아니지만 일명 ‘넘사벽(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으로 여겨졌던 뮤지컬의 본고장인 브로드웨이에서 한국이 제작한 뮤지컬이 대흥행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의미있는 현상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 CJ E&M이 제작한 뮤지컬 킹키부츠가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2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기자의 눈으로 직접 본 킹카부츠의 열기는 대단했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알 허쉬펠드 극장에는 킹키부츠를 보기 위한 관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경영 위기의 구두회사를 회생시켜야 하는 젊은 사장 찰리가 우연히 드랙퀸 롤라를 만나 아이디어를 얻으면서 여장 남자를 위한 부츠인 킹키부츠를 만들어 회사를 다시 일으킨다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린 뮤지컬이다.

초기 제작비가 1천 350만 달러(한화 약 158억원)에 달해 매우 화려한 무대 세트 및 의상을 보여줬다. 배우들의 춤 동작과 퍼포먼스, 연기까지 관객들의 넋을 나가게 만들어 극 막판에는 관람석에서 모두 일어나 기립박수를 쳤다.

▲ 뮤지컬 킹키부츠는 화려한 무대의상과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현장에서 만난 최윤하 CJ E&M 미국법인 뮤지컬사업팀 프로듀서는 “뮤지컬은 디지털 시대에도 가장 아날로그적인 느낌이 살아있는 문화 콘텐츠여서 대중들을 열광시킨다”라며 “특히 빨리 트렌드가 바뀌는 디지털 기반 콘텐츠에 비해 한 번 성공하면 장기적인 인기를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고 말했다.

실제 ‘오페라의 유령’, ‘시카코’, ‘캣츠’, ‘라이온킹’ 등과 같은 글로벌 흥행 뮤지컬은 수십년간 공연을 이어가며 대중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이어 최 프로듀서는 “물론 뮤지컬 시장이 영화 및 게임 시장에 비해 큰 규모를 가지지는 않았지만 미국 및 영국에서 갖는 그 상징성과 위상은 절대적이다. 선진국 문화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뮤지컬 산업에 대한 투자는 필수적이다”고 덧붙였다.

▲ 평일 저녁 킹키부츠를 관람하기 위해 몰린 관객들.

한편, 킹카부츠는 총 20개의 회사가 공동 프로듀싱한 작품으로 CJ E&M은 이 작품의 7.4% 지분을 보유했다. 원작 영화가 영국 내 장기 경제 불황 속에서 일어난 성공 신화를 바탕으로 했으며, 전 세계에 공통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따듯하고 희망적인 작품이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CJ E&M 측은 전했다.

CJ E&M은 한국을 비롯해 중국, 동남아 등 아시아 지역에서도 킹키부츠의 공영권을 확보하고 있고 브로드웨이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현재 미국 50여개 도시에서 투어 공연을 진행 중이다. 킹카부츠는 지난 4월 열린 제 40회 올리비에상 시상식에서는 최우수 뮤지컬 작품상을 비롯해 남우주연상, 의상상 등 3개 부문을 석권했다.

CJ E&M 공연사업본부 박민선 본부장은 “킹키부츠는 단발성 라이선스 계약이 아닌 글로벌 제작 투자를 통한 IP확보라는 새로운 모델을 채택, 브로드웨이 뿐 아니라 웨스트엔드, 호주, 아시아 등 세계 뮤지컬 시장에서 활동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었다”며 “앞으로 CJ E&M은 공동제작자에서 한발 더 나아가 뮤지컬 ‘어거스트러쉬’의 전 세계 공영권을 가지고 브로드웨이 뮤지컬 자체 제작에도 나서는 등 선도적인 시도로 뮤지컬 산업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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