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이경탁 기자] 월마트와 코스트코는 각각 한국 유통업계에서 대표적 실패사례와 성공사례로 꼽힌다. 넷플릭스는 한국 시장에서 IPTV와 경쟁 서비스에 치이고 현지화 전략이 부재한 상황이다. 봉준호 감독이라는 히든 카드를 내밀며 '월마트'가 아닌 '코스트코'가 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넷플릭스의 리드 헤이스팅스 공동 창립자 및 최고경영자(CEO)와 테드 사란도스 최고콘텐츠책임자가 한국 서비스 현지화를 기념하기 위해 지난 29일 방한했다. 이번 기념행사는 넷플릭스가 지난 1월 전 세계 190개 국가로 서비스를 확대한 뒤 아시아 지역에서 개최하는 최대 규모의 브랜드 행사이다.

넷플릭스는 국내 시장에서는 한국 고객들을 사로잡을 콘텐츠 부족, 성인 인증, IPTV의 활성화로 기타 국가들과 비교해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 (좌)넷플릭스 CEO 헤이스팅스가 화이팅을 외치고있다.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넷플릭스 월간활성이용자(MAU)는 한 달 무료 기간인 지난 1월 6만 2913명, 2월에는 8만 1564명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지만 지난 4월부터 약 5만명 수준으로 대폭 감소했다. 넷플릭스의 라이벌로 꼽히는 국내 서비스 ‘왓챠 플레이’에도 1인당 평균 체류시간, 매출랭킹(구글 안드로이드 기준)에도 밀리는 형국이다.

일각에서는 넷플릭스가 과거 월마트가 국내 유통시장에 진출하며 큰 긴장감을 주었지만 한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지 못해 실패한 사례를 따라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한다.

이 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는 “아직 미국 및 유럽에서 이뤄낸 성과에 비해 부족한 점은 있다”며 “하지만 한국 뿐 아니라 아시아 시장 전체 성과에 만족하고 있다. 자세한 것은 밝힐 수 없지만 한국에서 현지 제작 프로젝트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것은 확신한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한국 프로덕션과 협력해 로컬 오리지널 시리즈 늘어날 것"...첫 작품은 봉준호 '옥자'

넷플릭스 서비스 이용의 최대 메리트는 HBO와 같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독점 콘텐츠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오리지널 시리즈는 넷플릭스가 미국 및 각국의 현지 프로덕션과 협력해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며 ‘하우스오브카드’, ‘마르코폴로’ ‘나르코스’ 등 많은 웰메이드 작품이 있다.

영화 매트릭스 시리즈로 유명한 와쇼스키 형제가 연출하고 한국배우 배두나가 출현한 넷플릭스 드라마 ‘센스8’도 일부 한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한국 프로덕션이 제작한 작품은 아니다.

업계에서는 넷플릭스가 외국회사라는 한계때문에 아무리 콘텐츠 유통사들과 협력해 국내 콘텐츠를 수급한다해도,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IPTV 및 기타 한국 경쟁 서비스의 한국콘텐츠 숫자를 따라잡기는 역부족이다.

이에 넷플릭스가 가진 최대 강점인 오리지널 시리즈를 한국 프로덕션과 협력해 넷플릭스만이 보여줄 수 있는 한국 콘텐츠를 보여준다면 월마트와 달리 현지화에 성공해 큰 매출을 올리고 있는 코스트코 같은 포지션을 취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넷플릭스는 현재 딜라이브와 같은 국내 플랫폼, LG와 삼성 스마트 TV에서 넷플릭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국내 기업들과도 협력하고 있다.

▲ 영화 감독 봉준호가 넷플릭스와 협력해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사진=위피피디아)

넷플릭스는 이날 봉준호 감독과 함께 진행 중인 넷플릭스 독점 영화 ‘옥자’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했다. 헤이스팅스 CEO는 “봉준호 영화 ‘설국열차’를 보고 매료되어 넷플릭스와 꼭 같이 일하고 싶고 실제로 이뤄졌다”고 전했다.

영화 옥자는 넷플릭스가 한국 프로덕션과 처음으로 협력하는 프로젝트로 어린 소녀와 거대 동물의 우정을 그린 영화다. 봉준호 감독은 영상메세지를 통해 “강원도에서 영화를 한창 촬영 중으로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8천만명의 고객들과 만날 수 있어 기쁘다. 내년에 옥자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옥자 뿐 아니라 한국드라마를 좋아하는 한 해외 한류 팬이 한국 드라마 환상 속으로 들어가 일어나는 일이 생기는 드라마 '드라마월드' 또한 준비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국과 미국 캘리포니아를 오가며 촬영 중이고 박경림과 많은 한류 아이돌들이 출연 예정이다.

한편, 한류 열풍이 불고 있는 중국 시장에 넷플릭스가 진출을 못하고 있어 한국 제작자들의 동기부여가 떨어지지 않겠냐는 지적에 헤이스팅스 CEO는 "한국 콘텐츠가 중국 시장에서 잘 통한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쉽지는 않겠지만 중국에서도 넷플릭스를 서비스할 수 있게 노력할 것이라"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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