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이경탁 기자] 17세기 중국 명나라의 갑(甲)질은 끝이 없었다. 주변국 뿐 아니라 백성들을 대상으로 착취를 일삼으려 했다. 임진왜란 후 국력이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진 명나라는 동북방 여진족의 성장과 함께 내부적으로도 불만이 쌓인 민중들의 봉기로 결국 무너지고 만다.

데이터베이스(DB) 업계에도 과거 역사와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수십년 전부터 DB업계에서 과거 명나라 같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세하는 오라클은 최근 빅데이터로 인한 데이터처리 및 관리 기술의 패러다임 변화와 고객들의 불만으로 업계 영향력을 눈에 보이지 않게 서서히 잃어가고 있다.

이에 오라클이 갑질을 멈추고 고객 위주의 상생을 도모할지, 아니면 기존의 영향력을 고수하기 위해 갑질을 계속할지 분기점이 되는 시점이다.

▲ 오라클이 고객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갑질이 최근 DB 업계의 패러다임 변화로 멈출지 주목되고 있다 (사진=드라마 정도전 중 한 장면, KBS)

현재 DBMS(데이터베이스 관리 시스템) 시장은 오라클 뿐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MS), 아이비엠(IBM), 금융권으로 강세인 SAP 등 많은 벤더들이 있지만 오라클만큼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춘 곳은 없다.

국내 DB업계에 따르면 오라클이 시장 점유율 60%, MS와 IBM이 각각 15%로 외산 DB가 대부분 차지하고 있는데 최근 이 같은 점유율 추세가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로 따져봐도 마찬가지다.

DBMS의 순위를 매월 검색엔진에서의 노출 빈도 등을 평가하여 순위를 정리해주는 DB엔진 순위 사이트 ‘db-engines’ 통계에 따르면 오라클은 여전히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7월 기준으로 오라클은 지난해 동기 대비 하락 추세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자료=DB엔진 랭킹
▲ 자료=DB엔진 랭킹 (2013년~현재)

업계에 따르면 오라클의 DBMS 솔루션은 기타 솔루션과 비교해 고비용이다. 실제 오라클은 비용문제로 인한 고객들의 이탈을 막기 라이센스 압박과 함께 제품 끼워팔기 행위를 한다는 의혹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오라클이 솔루션을 판매하면서 유지보수 서비스에 대한 비용도 함께 구매하게 하는데 유지보수 서비스를 하면서 DBMS 차세대 버전을 끼워 판다는 의혹이었다.

1년 간의 조사 끝에 무혐의로 끝나기는 했지만 외국계 회사에 유독 약한 정부의 태도와 함께 논란은 지속되고 국내 고객사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 DBMS의 순위를 매월 검색엔진에서의 노출 빈도 등을 평가하여 순위를 정리해주는 DB엔진 순위 사이트 ‘db-engines’ 통계에 따르면 오라클은 여전히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7월 기준으로 오라클은 지난해 동기 대비 하락 추세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위키피디아)

국내 한 기업에서 전산 기획 업무를 맡고 있는 업계 관계자는 “최근 차세대 전산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데 DB는 오라클 DB를 도입했다”며 “오라클의 행태도 마음에 들지 않고 비싸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또한, 엔지니어들이 기존에 사용하던 오라클 DB를 익숙해 한다”고 말했다.

오라클이 지난 6월 마감한 연간 실적을 보면 신규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나 줄었다. 오라클도 내부적으로 신규 매출에 한계를 느끼고 고객사들에게 라이센스 압박과 함께 클라우드 사업으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오라클 측은 오라클이 고객들에게 갑질을 한다는 인식은 경쟁사들에 의해 과장되고 왜곡된 것이 많으며 끼워팔기는 공정위에서도 무혐의로 끝난 사항이고, 오픈소스 생태계로도 계속 확장해 고객들에게 경쟁력있는 솔루션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겠다는 입장이다.

‘오픈소스’와 ‘하둡 진영’ 오라클의 대체제? 당분간은 하이브리드 형태로 간다

최근 데이터와 관련된 큰 변화 키워드를 꼽으면 ‘빅 데이터’라고 할 수 있다. IT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데이터 양이 지난 4제타바이트(ZB)에 불과 했는데 오는 2020년 10배 이상 늘어난 44ZB에 육박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취급하데이터 양이 많다고 빅데이터라고 하기 보다는 높은 비정형 데이터 비율의 집합 데이터를 빅데이터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다.

비정형 데이터란 숫자 데이터와 달리 그림이나 영상, 문서처럼 형태와 구조가 복잡해 정형화 되지 않은 데이터를 말한다. 이런 비정형데이터에 기존에 비교적 손 쉽게 활용되던 정형화된 데이터 모두를 포함한 것이 빅데이터다.

쉽게 말해 우리가 SNS 상에 올리는 사진, 동영상과 금융권의 콜센터 전화 음성 등 모두 비정형데이터에 속한다.

▲ IT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데이터 양이 지난 4제타바이트(ZB)에 불과 했는데 오는 2020년 10배 이상 늘어난 44ZB에 육박할 전망이다 (사진=플리커)

외국계 업체의 한 엔지니어는 “최근 DB 업계의 흐름을 보면 오라클 DBMS의 독점력이 깨질 것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다”며 “현재 비정형데이터 처리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며 고객들 입장에서는 오라클의 솔루션에 한계를 느낄 것이다”고 말했다.

정형데이터 처리에 최적화 되어 있는 기존 오라클 솔루션만으로 빅데이터 속에서 새로운 인사이트를 찾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고객들 입장에서 기존에 쓰던 오라클 DB를 전부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오라클 DB가 고비용이기는 하지만 안정성 및 익숙함이 장점이다.

단 정형데이터처리 솔루션에서 오라클이 오픈소스의 MY-SQL, MS-SQL 등 기타 솔루션에 밀릴 일은 없겠지만, 오픈소스 기반의 NoSQL 기반의 몽고DB가 인기를 얻고 있고 비정형데이터까지 최적화해 처리할 수 있는 하둡진영(맵알, 클라우데라, 호튼웍스)의 약진으로 업계에서 가진 독보적인 영향력이 낮아지고 있는 것이 큰 흐름이다.

▲ 오픈소스기반의 데이터 처리 기술인 하둡이 빅데이터 플랫폼의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사진=위키피디아)

업계에서는 당분간 클라우드처럼 하이브리드 형태의 DB 시스템이 대세를 탈 것으로 보고 있다. 클라우드가 기존 온프래미스 환경과 퍼블릭 클라우드를 병행해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가 시장의 대세로 자리잡고 있는 것처럼 DB도 정형데이터의 오라클과 비정형데이터의 강점을 보이는 하둡 진영의 공존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오라클도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빅데이터 시장에 대비하기 위해 ‘빅데이터어플라이언스’를 만들어 오라클 솔루션과 여러 오픈소스 및 하둡을 연동 하는 등 빅데이터 솔루션을 제공한다. 하지만 오라클 내부적으로 빅데이터 팀을 키운다기 보다는 협력업체의 서포트에만 의존하고 있어 한계가 있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한편, 국내 소프트웨어(SW) 업체 티맥스소프트도 국내 공공시장을 기반으로 약진하고 있는 것도 오라클 입장에서는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티맥스소프트 관계자는 “현재 국내 DB 시장에서 티베로 DB는 5% 정도 차지하고 있는데 작년 제품 매출 수주율이 70% 이상 성장했다”며 “앞으로 공공시장 뿐 아니라 엔터프라이즈 분야도 적극적으로 진출해 곧 10% 가까운 시장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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