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유료 매체 KIPOST에 2016년 6월 28일 게시된 기사입니다.>

미국 산업 정책은 우리나라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국내 산업을 뒤흔든 제약∙바이오 열풍도 사실은 미국에서 건너왔다고 봐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건강보험 확대를 타깃으로 한 오바마 헬스케어를 본격화하면서 미국 제약∙바이오 산업이 직접적인 수혜를 봤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같은 흐름이 동조화 효과를 일으키면서 제약∙바이오 산업이 부각되는 효과를 봤다.

향후 힐러리 클린턴이 미국 주도 자율주행차 산업을 크게 육성한다면, 낙수효과가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단순한 기대감만이 아니라 직접적인 수출 길도 얼마든지 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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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무인차./ 구글 홈페이지 캡처

 

자율주행차 본격화, 초연결 시대의 서막

 

현재 신차 한 대당 적용되는 전자제어장치(ECU)만 해도 백 여개에 달한다. 차량 반도체 원가 비중은 300달러 수준으로 매년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자율주행차의 핵심 중 하나가 바로 통신이다. 차량 내 통신은 이미 아날로그 방식 대신 이더넷 등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다. 모든 전자제어 부문을 유선으로 연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차량 내 각종 ECU간 통신해야 하고, 차량 내외부에서 발생한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쏴 줄 수 있는 통신망이 필요하다.

차량 한 대에서 발생하는 데이터 양은 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다.

단순히 차량 카메라만 놓고 봐도 알 수 있다. 차량 카메라는 주변 상황을 관찰하는 단순 역할에서 벗어나 안전주행을 구현하는 핵심 부품으로 부상했다. 360도 어라운드 뷰, 차선이탈 경보, 전방 추돌 경고 등 다양한 기능을 구현하는데 카메라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과거에는 30만 화소 카메라가 차량에 적용됐다.

그러나 지금은 100만 화소를 넘어 200만 화소 차량 카메라 시대가 눈앞이다. 카메라 대수도 점차 늘고 있다. 현재 고급차량은 360도 어라운드 뷰용 카메라가 3대, 후방 카메라, 전방 카메라 등 다수가 쓰인다.

사이드 미러를 없애고 카메라로 대체하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사이드 미러 대신 카메라를 쓰면 운전자 편의성 및 안전성이 높아질뿐 아니라 공기 저항이 줄어 연비도 좋아진다.

지금처럼 영상 등 빅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보내려면 막대한 통신 요금을 부담하기 어렵다.

너무 많은 주파수 대역이 필요한 것도 문제다. 각 ECU가 무선으로 연결되다 보니 고주파(RF)로 인한 오작동 가능성도 있다.

차량 내 전자파가 늘어나 운전자 건강을 위협할 우려도 제기된다. 향후 자율주행차 개발자들이 기술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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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차 단계별 기능./ 전자부품연구원 제공

 

자율주행산업 뜨면 주목받을 기술은

 

미국 주도 자율주행차 산업이 뜨면 가장 수혜를 받을 기업은 구글∙애플∙테슬라 등 완성차∙플랫폼 업체들이다. 모빌아이 등 자동차 전장 업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반도체∙센서 업체들도 상당한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업체 중에도 기술력만 있다면 얼마든지 자율주행차 시장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유력한 기술 중 하나가 바로 라이파이(LiFi)다. 라이파이는 LED 플리커를 주파수로 인식해 통신하는 원리다. 가시광통신(VLC)이라고도 불린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삼성전자, 유양디앤유 등 기업들이 라이파이 관련 핵심 특허를 대거 보유하고 있다.

주파수 대신 라이파이로 통신하면 비용을 줄일 수 있고, RF로 인한 노이즈 및 전자파 피해 등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라이파이는 이론적으로 와이파이(WiFi)보다 100배 빠른 고속 통신을 구현할 수 있다.

현재 LG전자∙현대모비스∙LG이노텍∙유양디앤유 등 업체들이 라이파이를 차량 전조등에 적용해 추돌방지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는 솔루션을 2~3년 전부터 개발 중이다.

도로에 장착된 LED 가로등과 차량간 라이파이로 통신하면서 비용은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는 기술도 주목받고 있다.

라이파이는 향후 차량간 통신에도 얼마든지 접목할 수 있다. 현재 차량 추돌 방지 시스템을 구현하는데 핵심은 카메라∙레이더∙레이저 등 센서 모듈이다.

레이저 모듈 대신 라이파이 기술을 활용하면 차량 추돌 방지시스템을 구현하는 원가를 크게 낮출 수 있다. 자동차마다  LED전조등이 달린 만큼 라이파이 칩만 부착하면 차량간 통신을 구현할 수 있다.

라이파이는 애플도 주목하는 차세대 통신기술이다. 애플은 무인자동차 개발뿐 아니라 가상현실(VR) 기기에도 라이파이 기술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얼마 전 차기 아이폰용 AP에 라이파이 소스코드가 발견돼 외신에서 이슈가 된 적도 있다.

영상데이터 압축 기술도 자율주행차 시장에서 급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는 칩스앤미디어가 설계자산(IP)을 프리스케일 등 차량 반도체 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구글∙애플 등 IT 업체들은 자동차 그 자체보다는 여기에서 발생하는 빅 데이터에 훨씬 관심이 많다. 향후 수익이 빅 데이터에서 나온다고 판단하고 있다.

문제는 기존 방식처럼 차량에서 발생하는 로우 데이터(raw data)까지 클라우드로 쏘려면 통신비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일부 전문가는 자율주행차로 무인화를 구현할 경우 차량에서 발생하는 한 달 데이터가 트위터 1년치 데이터와 맞먹는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자율주행차에서 발생하는 빅 데이터의 상당 부분은 영상 정보다. 영상 정보를 압축하고, 이를 다시 풀어주는 코덱 기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칩스앤미디어는 세계 3대 비디오 IP 업체로 차량 반도체 시장에서 특히 안정적인 매출을 기록 중이다. 향후 프리스케일이 차량 반도체 사업을 키울수록 칩스앤미디어 IP 수요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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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무인차./ 구글 홈페이지 캡처​

 

고성능 차량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시장이 커지는 것은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에 기회다. 현재 삼성전자는 모바일 AP가 주력이지만, 신성장 동력으로 차량 반도체를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설계 능력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이다. 그러나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성능이 아무리 뛰어나도 이를 써 줄 자동차 업체가 없다는 게 지금의 냉정한 현실이다. 자동차는 안전과 직결된 만큼 시험 인증 절차가 굉장히 길고 까다롭다.

현재 테슬라 전기차용 AP는 엔비디아가 공급한다. 엔비디아는 원래 그래픽프로세서(GPU)를 주로 설계하던 업체다. 스마트폰 시장 초창기에는 모바일 AP 공급하기도 했지만, 몇 년 전부터 차량 AP에 역량을 집중한 결과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

차량 AP는 상업화하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성능 자체가 뛰어나지는 않다.

그러나 앞으로는 고성능 차량 AP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율주행차 기술이 점차 확산적용되면서 고속 프로세서가 필요해졌고, 여기서 발생하는 빅 데이터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병렬 방식으로 고속 프로세서로 데이터를 가공하고, 차량에서 저장 및 압축한 후 클라우드로 보내는 방식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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