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이경탁 기자] 흔히들 한국형 인공지능(AI) 등 미래 신기술을 정부에서 개발한다고 하면 코웃음 친다. 외국계 글로벌 IT 기업들이 주도하는 기술에 투자를 해도 세금 낭비이고 한국이 얼마나 잘 할 수 있겠냐는 논리다. 하지만 이런 상식을 깬 사례가 있다. 자동통번역 앱 ‘지니톡’이다. 지니톡은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가 2012년 개발한 후, 지난해까지 220만 건의 다운로드가 이뤄졌다.

초기에는 통번역 품질이 비교적 미흡했다. 이후 딥러닝(인간 두뇌를 모방한 학습 알고리즘)을 활용하며 점점 정확성이 높아졌다. 대중화를 위해 한글과컴퓨터와 번역솔루션 기업 시스트란의 합작사 한컴인터프리에 기술을 이관했다. 정부에서 원천 기술을 개발해 민간에 관련 기술을 성공적으로 이전한 성공사례로 꼽힌다.

ETRI에 따르면 자동통역의 난이도는 다음의 원인들 때문에 일반적인 자동번역보다 높다. 우선 번역기의 입력에 오류가 포함된다. 일반적인 자동번역에서는 입력되는 텍스트에 오류가 없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자동통역에서는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이미 상당한 오류가 발생한다.

또한, 자동통역은 사람의 말을 취급한다. 사람의 말은 글로 쓰여진 문장과는 아주 다르며 상당히 비 문법적인 형태를 띄고 있다. 이 때문에 자동통역을 위한 자동번역은 난이도가 높다. 텍스트에는 포함되어 있는 구문론적, 의미론적 단서들, 예를 들어 문단의 구분이나 구두점, 문장부호, 대소문자 정보 등이 음성인식 결과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 지니톡의 여행·관광 분야에서 통역 인식률은 85% 정도다 (사진=한컴)

이 처럼 기술적으로 개발하기 어려운 지니톡이 갑자기 뚝딱하고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ETRI는 90년대초부터 자동통역을 목표로 관련 분야의 연구, 개발을 수행했다. KT와 함께 일본의 KDD와 다국 간 자동통역 전화 개발에 착수, 시연했는데 우리나라 통역기술의 첫 응용사례라고 할 수 있다.

1999년 여행분야에 한정하여 6개국 언어 간 국제 실시간 자동통역을 성공적으로 시연했다. 하지만 이후 자동통역에 대한 연구는 정체기를 맞게 되었다. 요소 기술들인 음성인식, 자동번역, 음성합성 등에 대한 투자 및 연구가 집중되었고, 자동통역 자체에 대한 연구는 미미하한 상황이었다.

그러다 지난 2008년부터 본격적인 자동통역 연구를 다시 시작, 이후 4년간 휴대형 한/영 자동통역기술 개발을 시작했다. 2008년에 노트북에서 수행되는 1만 단 어급, 2009년에는 MID에서 수행되는 2만 단어급, 2010년에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에서 수행되는 5만 단어급의 자동통역기를 개발을 시작으로 기술 역량은 점점 높아지고 2012년 지니톡이 탄생하게 됐다.

한컴인터프리는 지니톡(공식 서비스명 ‘말랑말랑 지니톡’)을 이전 받은 후 지난 18일부터 공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오는 2018년 열리는 평창올림픽에 맞춰 정부와 협력, 8개국 언어(영어·일어·중국어·스페인어·불어·독일어·러시아어·아랍어)의 자동통역을 제공해 언어장벽이 없는 올림픽으로 개최하겠다는 목표다.

▲ 지니톡은 한컴에 이전된 후 인터페이스가 더욱 발전했다.

실제 여행·관광 분야에서 통역 인식률은 85% 정도로 수준이다. 구글 등 해외 통역 기술에 비해 정확도가 10%가량 앞서는 수치다. 실제 기자가 직접 앱을 다운로드 받아 사용해본 결과, 음성인식에 있어 매우 정확한 결과를 보여줬다. 그간 기타 음성인식 및 통역 앱에서 느낄 수 없었던 높은 수준이었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에 따르면 외국계 서비스의 경우 영어기반은 활용 가능한 음성 및 텍스트 DB가 많아 정확성이 높지만 한국어는 언어 특성상 개발이 어렵고 데이터 확보가 쉽지 않아 품질이 좋지 않다는 평가다.

현재 한컴인터프리는 와이파이 및 LTE 등의 네트워크를 연결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지니톡을 사용할 수 있는 USB 단말형 버전을 개발 중에 있고, 음성인식에서 세계적 수준의 특허기술을 보유한 시스트란의 기술력을 합쳐 독보적인 자동통번역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목표다.

신소우 한컴인터프리 대표는 “지니톡은 세계적 수준의 자동통번역 서비스로 사진 속의 이미지 문자까지 번역이 가능하고 한국 및 외국의 지방 방언들까지 학습할 계획이다”며 “ETRI와 계속 협력해 성공적인 평창동계올림픽 개최를 돕고, 내년 상반기까지는 증강형실 기반을 활용한 외국어 학습 서비스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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