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선민규 기자]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이 무위로 돌아가면서, 케이블TV업계가 활로를 찾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당초 케이블TV업계에서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이 정체된 산업의 숨통을 틔우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팽배했다. 고착화된 구조가 환기되면서 다른 기업과의 인수·합병이 추진되는 등 다양한 해결책이 나올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었다.

하지만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이 무위로 돌아가면서 케이블TV 업계는 자구책을 스스로 고민해야하는 입장에 섰다.

케이블TV업계는 크게 보면 2개의 세력과 갈등을 빚고 있다. 방송업계로는 지상파 방송사와 유료방송 내부적으로는 IPTV가 그 상대방이다.

케이블TV와 지상파 방송사 사이에는 송수신료(CPS)갈등이 아직 봉합되지 않았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대립은 법정으로 이어지는 등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여기에 내년부터 도입되는 지상파UHD방송의 ‘콘텐츠 암호화’가 갈등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렵게 만든다.

케이블TV 업계는 지상파 UHD방송의 콘텐츠 암호화에 줄곧 회의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케이블TV 관계자는 “지상파 콘텐츠를 암호화하면 원본 UHD콘텐츠를 유료방송 측에 따로 전송해야하므로 지상파는 추가적인 CPS를 요구하게 될 것”이라며 콘텐츠 암호화에 반대주장을 내새웠다.

하지만 미래창조과학부가 지상파 UHD방송표준을 고시하면서 콘텐츠 암호화는 확정적인 방향으로 일단락됐다. 이에 케이블TV 업계는 미래부의 결정에 따르되, 향후 우려했던 문제의 발생 가능성에서 시선을 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 케이블TV업계와 지상파, IPTV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사진=픽사베이)

케이블TV와 IPTV는 유료방송이라는 틀 안에서 가입자를 두고 대립할 수밖에 없는 위치다. 지난 몇 년간 통신사를 앞세운 IPTV는 무서운 성장세를 보였다. 현재 케이블방송 가입자와 IPTV가입자는 비슷한 수준으로 서로에 대한 견제는 필연적인 셈이다.

케이블TV 업계는 IPTV와 통신사의 결합상품에 대응할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케이블TV 관계자는 “서비스 경쟁을 한다면 (케이블TV업계가)위기라고 말할 수 없지만 IPTV와 통신사의 결합상품에 대해서는 해결할 수단이 없다”며 “임시적으로 동등결합 등 수단을 동원한다해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케이블TV사업자 중 비교적 작은 규모의 개별사업자(SO)들은 방송 외 사업체가 없는 만큼 IPTV와 통신사의 결합상품에 대처할 방법이 없고, 통신사의 서비스를 빌려와 결합 할인을 제공하는 동등결합을 시도한다 하더라도 궁극적으로 문제가 해결되진 않을 것이란 뜻이다.

결국 지금과 같은 케이블TV와 IPTV의 경쟁이 이어지면 가입자 경쟁에서 밀린 케이블TV산업이 붕괴하고 방송시장의 다양성이 줄어들어 더 큰 문제로 발전하게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에 IPTV업계는 케이블TV가 막대한 수익에도 불구하고 투자에 소홀하다는 점을 꼬집는다.

IPTV 관계자는 “케이블TV는 지역 독점으로 사업을 불려왔고 현재까지도 막대한 흑자를 내고 있다”며 “수익에도 불구하고 재투자를 하지 않는 탓에 소비자 혜택이 줄고, 가입자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정부도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케이블TV가 지역 경제 활성화 및 지역 고용창출에 역할을 하는 만큼 이를 보호할 필요성은 있지만, 당장 정부가 나서 문제를 해결하자면 케이블TV에만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케이블TV업계는 스스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케이블TV 위기 극복 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하고 회의를 진행하는 등 움직임에 나섰다. 비대위 체제 아래서 개별 사업체들의 의견을 조율하고 취합하겠다는 계획이다. 업계의 뜻을 모아 완성된 위기 극복 방안은 이르면 오는 8월말 발표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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