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김효정 기자] 27일 중국 러에코 글로벌이 미국 TV 기업 비지오(Vizio)를 20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러에코는 중국 인터넷TV 사업자 러에코(LeEco, 乐视)의 글로벌 법인(LeEco Global, 乐视全球)으로, 이번 인수를 통해 중국 러에코는 북미 TV 시장의 2위 사업자인 비지오를 등에 업고 세계 최대 프리미엄 TV 시장인 미국에서 단숨에 2위로 올라섰다.

중국판 넷플릭스에 중국판 삼성전자 모델을 결합한  러에코는 TV부터 스마트폰, 그리고 인터넷 서비스 라인업까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보유한 신흥 공룡이다.
 
러에코의 비지오 인수 배경에 대해 블로그 미디어 바이두 바이지아는 “인수 이후 비지오는 러에코가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가 되며, 비지오가 가진 시장을 통해 러에코는 북미시장에서 삼성에 이어 제 2의 LCD TV 회사가 됐다”고 전했다.

■ 중국 인터넷TV 맹주 러에코, 단숨에 미국 시장의 맹주 되다

이번 인수는 최근 중국 TV 시장에서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러에코가 미국 시장까지 장악하게 된 결과를 가져 온 것으로, 중국 기업이 ‘세계 2대 최대 시장’을 모두 장악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됐다고 볼 수 있다. 두 회사의 결합은 러에코가 중국과 미국이라는 두 국가의 TV 시장에서 모두 주도적인 지위의 브랜드 파워를 갖게 해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러에코의 비지오 인수에는 어떠한 배경이 있으며, 글로벌 TV 기업에 어떠한 영향이 있을까. 바이두 바이지아의 취재에 따르면 이번 인수에는 알리바바라는 만만치 않은 경쟁 상대가 있었다.

이번 인수는 지난 10일 실리콘밸리의 한 디자인 전문가 트위터를 통해 알려진 바 있다. 당초 인수 금액은 11~15억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알리바바가 내놓은 금액이 25억 달러였다. 북미 1위 TV 브랜드 비지오의 인수는 애플과 구글 역시 경쟁에 참여할 의사를 보였으며 막후에서 조용한 ‘전쟁’이 치러진 셈이다.

▲ 중국판 넷플릭스 러에코가 미국의 비지오를 인수하면서 북미 TV 시장에서 '중국판 삼성전자'로 발돋움 하고 있다.

중국 기업의 목표는 북미 소비재 시장 진출이다. 바이두 바이지아는 “러에코나 알리바바가 비지오를 탐낸 이유는 한 기업을 인수하면서 북미 소비자 가전 시장에서 주도적인 브랜드를 갖고 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러에코 고위 임원은 종종 북미 TV 시장 진출 의사를 피력하고는 했다.

이에 이번 인수의 막후에는 중국의 몇몇 인터넷 기업의 ‘혈투’가 있었다. 비지오의 창업자 윌리엄 왕과 LeEco 그룹 창업자 쟈웨팅(贾跃亭)에 따르면 양측의 커뮤니케이션 기간은 3년을 넘었다. 2013년 베이징에서 만난 이후 3년간의 기간 동안 쟈웨팅은 여러 차례 윌리엄에 인수 의향을 내비쳤으나 모두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질적인 담판은 올해 들어서야 시작됐으며 6개월간의 담판 끝에 가격 측면에서 윌리엄이 만족할만한 합의를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수는 순탄치 않았다. 알리바바와 화인문화(华人文化)까지 뛰어든데다 알리바바가 고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론적으로 러에코의 글로벌 법인인 LeEco의 출자가 이뤄지면서 인수 협상이 급물살을 탔다.

비지오가 알리바바 대신 러에코를 선택한 데는 몇 가지 원인이 있다. 가장 중요한 원인은 러에코가 인터넷 TV 부문에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중국 시장에서 보유한 TV 시장의 경험을 미국 시장에서 발휘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미국 시장에서 인터넷 TV는 아직 규제를 갖고 있지 않으며 중국 보다 더 큰 시장 잠재력이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또 다른 중요한 원인은 쟈웨티이 비지오의 직원들에게 내건 인센티브 조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지오의 직원들을 러에코의 직원으로 모두 흡수하기로 했다.

■ 북미 장악 첫발 내디딘 러에코

M&A를 통해 북미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시장 장악을 위한 지름길 임이 분명하다. 또 다른 측면에서 비지오는 직원 수가 450명에 불과한 다소 가벼운 기업이었다는 것이 중국 언론의 분석이다.

TV 시장의 특성상 북미 시장은 글로벌 TV 시장에서 매우 가치있는 시장인 동시에 북미 사용자가 TV를 통한 ‘지불’에 익숙하다는 점 등은 러에코가 인수를 통해 북미 시장 진입을 노리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비지오가 가진 브랜드 파워도 높다.

그렇다면 비지오가 매각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비지오는 최근 북미 시장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북미 시장 출하량에서 이미 삼성에 초월 당했다. 러에코는 새로운 사업 모델로의 전환을 기획하고 있으며 러에코와의 협력이 향후 양측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쟈웨팅은 “러에코의 플랫폼과 시스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콘텐츠라는 다섯가지 요소가 융합해 미국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며 기대를 높였다.

러에코의 인수 대상은 비지오와 관계사 인스케이프(Inscape)이며 스마트TV 빅데이터 방면에서 경쟁 우위를 갖고 있다. 인수 이후 LeEco는 비지오의 지분 100%와 인스케이프의 지분 49%를 손에 쥐게 된다.

인수 이후에도 비지오의 브랜드는 유지되며, 기업문화 역시 유지된다. 비지오의 경영자들 역시 유지되며 지속적으로 책임지고 경영하게 된다. 러에코는 향후 3년내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를 주는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동시에 LeEco는 비지오에 콘텐츠, IT, 인터넷, 클라우드 서비스 등을 제공하게 되면서 일종의 ‘인터넷 생태계’ 형 기업으로서 보폭을 넓힐 전망이다. 두 회사가 결합할 경우 매년 스마트TV 설치 수가 10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3년이면 러에코가 글로벌 톱3 브랜드로 올라설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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