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라면 예전에는 간이침대와 사발면을 떠올렸다. 밤낮을 함께 하며 좁은 사무실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 자연스러웠다. 근무 시간도 딱히 구분이 없었다. 일 만 있다면 평일, 주말 따지지 않고 나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이가 많았다.

하지만 모두 빠르게 옛이야기가 되어 가고 있다. 스타트업은 자본, 인력, 시설이나 환경 모두 열악하다. 무엇이건 넉넉한 것이 없다. 이런 조직일수록 더 효율적으로 일해야 한다.

요즘 스타트업은 똑똑하다. 도구도 더 잘 쓰고, ROWE(Result-Only Work Environment) 같은 파격적인 인사 관리 방식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 ROWE는 주당 몇 시간 일했는지를 따지기보다 주어진 업무 과제와 목표를 얼마나 잘 수행했는지를 살피는 인사 관리 접근법이다.

■책상에 오래 앉아 있다고 일 많이 하는 것이 아니다

스타트업은 여로모로 ROWE와 어울린다. ROWE는 스마트 워크 열풍이 불면서 덩달아 뜨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스마트 워크를 도구 측면에서 접근했다. 사무실 인테리어 자랑과 도구 자랑 이야기가 넘치는 스마트 워크 사례는 이제 지겨울 정도다.

스마트 워크의 이면에는 도구가 아니라 ROWE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하는 인사 관리 체계가 깔렸다. 더 중요한데 이 이야기를 언급하는 곳은 많지 않다. 시간, 장소, 장치 제약 없이 자유롭게 업무를 보려면? 달라진 업무 조건과 환경에 맞는 관리, 평가, 보상 체계가 필요하다. 오랜 기간 인사 관리 체계와 정책의 틀을 잡아온 기업은 이를 한 번에 바꾸기 어렵다. 하지만 모든 것을 이제 막 시작하는 스타트업이라면? 첫 단추만 잘 끼면 된다.

▲스타트업에 잘 어울리는 인사(HR) 관리 팁을 설명해 주겠다.

■목표와 성과에 몰입하는 조직 만들기

스타트업 대표는 모든 조직원이 자신처럼 열정과 비전을 갖고 움직이길 바란다. 가능한 더 시간을 함께하길 원한다. 하지만 함께 오래 있는 다고 조직의 성과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자. 하루에 자신이 업무에 집중하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일례로 마이크로소프트가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일반적인 근로자는 주당 평균 45시간을 일하는데, 이 중 16시간은 비생산적으로 보낸다고 한다.

스타트업은 조직 차원의 몰입이 중요하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교수가 쓴 몰입의 경영(Good Business)이란 책을 보면 스타트업이 참조할 리더십, 몰입, 의미 찾기에 대한 내용이 많다. 이 책을 읽어 보면 ROWE를 어떻게 실행으로 옮길지 생각하면 스타트업에 딱 맞는 인사 관리 방향과 스마트 워크 도구 활용 전략에 대한 아이디어가 마구 떠오를 것이다.

■몰입을 방해하는 모든 것 없애기

ROWE는 조직 측면의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를 없애는 방법의 하나다. 분명한 목표 아래 집중하고, 목표를 달성하는 가운데 자아를 실현할 수 있도록 하려면 과도한 통제보다는 신뢰를 토대로 개개인의 자율에 가능한 많은 것을 맡겨야 한다. 이를 위해 대표 또는 인사 책임자는 함께 모여서 할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더불어 명확한 목표 제시가 필요하고, 자율과 통제 간의 균형을 유지할 평가와 보상 체계를 잡아야 한다. 똑똑한 스타트업은 도구를 잘 활용해 ROWE를 실행에 옮긴다.

■PMS와 메신저만 있으면 충분

사업 아이디어가 기술 쪽인 스타트업은 대부분 오픈 소스 기반 프로젝트 관리 도구나 버그 추적 도구를 쓴다. 맨티스(Mantis), 지라(JIRA), 버그질라(Bugzilla), 트랙(trac) 등이 잘 알려져 있다. 이들 도구를 잘 쓰는 조직에 가보면 개발이 아니라 조직의 모든 업무를 관리하는 툴로 쓴다. 거의 그룹웨어 수준으로 쓴다고 보면 된다. 모든 조직원이 업무는 관리 툴에 등록되고, 진행 과정 역시 기록된다. 여기에 슬랙(Slack) 같은 메신저 플랫폼을 잘 쓰면 실시간으로 일어나야 하는 소통과 협업 역시 매끄럽게 이루어진다.

■밀레니얼 세대의 직업 가치관과 잘 맞아

ROWE는 스타트업 생태계를 주도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직업 가치관과 잘 맞는다. 밀레니얼 세대가 원하는 자아실현, 일과 삶 간의 균형에 관심이 많은 스마트업 대표라면 ROWE를 꼭 한번 고려해보아야 할 것이다. 물론 ROWE는 만능 열쇠가 아니다. 사업 분야, 조직 문화, 비전, 구성원의 세대와 특징 등을 따져봤을 때 잘 어울리는 스타트업이 있고, 그렇지 않은 조직이 있을 것이다. 어찌 되었건 스타트업 대표라면 한 번쯤 관심을 가져야 할 주제는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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