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이경탁 기자] 삼성(三星). 명실상부 한국의 대표 기업인 삼성의 뜻은 ‘세개의 별’이다. 삼성전자가 기업의 명운을 걸며 전략적으로 밀고 있는 운영체제(OS) ‘타이젠(Tizen)’이 다가오는 사물인터넷(IoT) 세상에서 구글, 애플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빛을 내는 별이 될 수 있을까?

업계에서는 아직 이를 판단하기에 시기상조라고 말한다. 분명한 것은 무주공산인 IoT OS 선점에 모바일 시대보다 더욱 많은 기업들이 뛰어들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것이다. 삼성이 타사 OS와 차별화되는 획기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타이젠 OS의 운명은 바다에 휩쓸려간 ‘바다’ OS와 똑같은 운명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OS에 대한 정의는 모두 다르다. 쉽게 설명하면 하드웨어를 지배하는 일종의 코어 소프트웨어(SW)다.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라는 말이 있듯이 OS를 지배하는 자가 IT 생태계를 지배하게 된다. OS 하나로 소프트웨어, 서비스, 하드웨어, 보안을 통합할 수 있기 때문이다.

PC 시대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도스 OS와 윈도 OS로 IT 천하를 호령했다. 서버용 OS를 제외하고는 말 그대로 MS 1인 천하였다. 오랫동안 정상에 있어 방심을 한 탓인지 MS는 모바일 중심으로 IT 시장이 재편되는 흐름을 읽지 못하고, 오랜 라이벌이었던 애플과 신흥 대세 구글에 밀려 모바일 시장에서는 뒷방 신세가 됐다.

현재 전 세계 모바일 OS는 구글과 애플이 양분한 상태다. 점유율로 따지자면 구글 안드로이드가 애플 iOS보다 8:2의 비율로 월등히 높지만 애플이 구축한 iOS 생태계는 애플 매니아들의 지지하에 견고하다.

▲ 삼성이 타이젠 OS를 통해 IoT 시대의 주역이 되려 하고 있다 (사진=위키피디아)

모바일은 스마트홈, 스마트카 등에 탑재되는 다양한 IoT 디바이스의 컨트롤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구글과 애플은 모바일 생태계의 영향력을 IoT 생태계에도 그대로 옮겨가겠다는 전략이다. 진짜 OS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IoT를 통해 연결되는 기기들의 숫자는 기존의 PC나 스마트폰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IT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전 세계 IoT 시장이 오는 2020년 1조 2천억 달러(한화 약 1400조원) 규모까지 커질 것이라 전망했다. 인터넷에 연결된 사물의 숫자는 지난 2015년 100억 개에서 2020년까지 340억 개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현재 구글은 지난해 안드로이드 기반의 IoT OS용 '브릴로'를 발표 한데 이어 최근 IoT용 새 OS인 ‘푸크시아(Fuchsia)’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구글이 향후 푸크시아를 통해 모바일의 안드로이드, 노트북의 크롬, 브릴로를 통합할 것이라는 관측도 돌고 있다. 

순다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2월 방한 한 기자간담회에서 “구글은 스마트폰 뿐 아니라 웨어러블 기기나 자동차, 집 등 우리 생활 모든 분야를 인터넷에 연결시킬 것이다”며 “앞으로 구글을 통해 농업, 대중교통 등이 크게 변할 것이며 인류의 삶은 더욱 개선될 것이다”고 말했다.

하드웨어 분야의 넘사벽 삼성전자의 칠전팔기 OS 도전

삼성전자는 IT 하드웨어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가전, 반도체, 스마트폰 등 주력 상품군이 전 세계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구글과 같이 독자적 생태계를 구축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드웨어의 상향평준화로 SW의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지는 가운데 SW를 뒷받침할 OS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삼성도 이 같은 사실을 잘 인지, 독자 OS인 바다를 지난 2010년 개발했지만 참담한 실패로 끝나고 안드로이드 진영에 적극적으로 편승해 ‘갤럭시’라는 스마트폰 브랜드로 현재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OS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특히 독자 OS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는 것은 라이선스 비용에 대한 불확실성 없이 독점적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라 할 수 있다. 바다 OS를 폐기한 뒤 오픈소스인 리눅스 기반의 타이젠 OS를 인텔과 함께 개발, 지난 2013년 타이젠 OS가 탑재된 타이젠폰 출시를 예고하고, 2015년 인도 등 일부 개발 도상국에서 출시했다.

현재 타이젠은 바다와 비교해 순항하고 있는 편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타이젠의 스마트폰 OS(운영체제) 점유율은 지난해 4분기를 기점으로 블랙베리를 제치고 4위를 차지하고 있다. SA는 이와 같은 추세라면 수년 내에 3위를 차지하고 있는 윈도 OS를 제칠 것으로 전망했다.

물론 업계 일부에서는 삼성이 타이젠 대신 바다 OS를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인 지원을 펼쳤다면 1%의 점유율도 못 미치는 현재의 타이젠보다 훨씬 나은 상황에 있었을 것이라 비판한다. 하지만 삼성의 타이젠 OS 전략은 모바일에 머물러 있지 않다. 모바일 시장에서 구글과 애플의 독주체제를 뒤집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과 치열한 소송전을 펼치고 있는 리처드 유 화웨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014년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를 통해 “삼성과 인텔이 주도하는 타이젠을 화웨이 스마트폰에 채택할 계획은 없다”며 “윈도폰만 해도 성공하기 어려운데 모바일 시장에서 타이젠의 성공 확률을 제로라고 본다”고 밝혔다.

▲ 강남역에 위치한 삼성그룹 사옥 전경 (사진=위키피디아)

하지만 삼성의 타이젠은 모바일이 아닌 IoT 시대를 내다보고 있기에 인텔을 제외 한 타이젠 연합에 속해있던 대부분의 파트너사들이 떠나가도 타이젠을 놓치지 않고 있다. 빠른 성과를 강조하던 평소의 삼성 문화라면 벌써 포기하고 말았을 것을 말이다.

삼성의 웨어러블 스마트워치인 ‘갤럭시 기어’에도 타이젠 OS가 탑재됐다. 삼성의 탈(脫) 안드로이드 전략은 모바일에서는 한계가 뚜렷하지만 IoT 생태계에서는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한 ‘삼성 개발자 컨퍼런스 2016’에서 타이젠 OS가 탑재된 스마트 TV 확장을 위해 관련 SDK(소프트웨어개발킷)을 공개했다. 스마트 TV뿐 아니라 냉장고 및 세탁기 등 생활가전에도 타이젠을 확대해 스마트 홈 강자로 나선다는 목표다. 또, 안드로이드 뿐 아니라 타이젠 OS에도 삼성 보안 솔루션 ‘녹스(KNOX)’를 확대 적용해 다양한 장비·서비스와 호환성을 높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은 이 자리에서 “소프트웨어는 우리가 사용하는 기기에 안 들어가는 곳이 없으며 앞으로 그 중요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면서 “다양한 기기와 서비스와 접목해 스마트폰을 완전히 새로운 경험과 비지니스 기회를 창출하는 관문으로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성의 야심… ‘구글’과 ‘애플’이 아니라 중국 기업이 막을수도

이처럼 삼성 타이젠의 청사진을 놓고 보면 말 그대로 구글과 애플과 함께 IoT 시장에서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의외의 걸림돌이 생길 수 있다.

모바일에서는 자존심을 구겼지만 IoT에서 명성을 회복하려는 MS와 중화대륙을 넘어 세계 정복을 꿈꾸는 알리바바, 화웨이, 샤오미 등 내노라하는 중국 기업들까지 IoT 시장 선점을 위해 자체 OS를 개발 중이다. 삼성 입장으로서는 모바일 OS에서 경쟁하던 구도보다 더욱 치열한 상황을 맞이한 것이다.

알리바바가 구글에 맞서기 위해 개발한 윈(Yun) OS는 현재 모바일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알리바바는 윈 OS를 스마트폰 외에도 스마트 셋톱박스, 인터넷TV, 스마트홈, 스마트 차량장비, 웨어러블 기기 등에 적용하고 있다.

▲ 중국 항저우에 위치한 알리바바 그룹 캠퍼스 (사진=위키피디아)

화웨이 또한 IoT 생태계 경쟁에 대비해 오픈소스 기반의 독자 OS인 ‘라이트 OS’를 지난해 5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HNC2015서 출시, 사물인터넷 세상의 커넥티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개발자 생태계까지 끌어안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윌리엄 쉬 화웨이 글로벌 전략 마케팅 담당 대표는 라이트 OS를 발표하며 “ICT 인프라의 표준화는 IoT 애플리케이션을 포함한 인터넷 애플리케이션 개발의 촉진제 역할을 할 것이며 이를 구현하기 위해 라이트 OS를 출시했다”고 전했다.

MS는 윈도10과 애저 클라우드 플랫폼을 기반으로 산업용, 가정용을 가리지 않고 IoT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를 위해 GE 등 기업들과 협력과 스타트업 인수는 물론 오픈소스 생태계로도 폭을 넓혀가는 중이다.

삼성의 남은 과제, 차세대 OS 핵심 역량이 될 AI 기술 높여야… 수평적 문화 조성도 함께

인공지능(AI)은 차세대 OS의 핵심 역량으로 꼽힌다. 음성형 비서이든 챗봇 형태이든 인공지능은 완벽한 OS 구현을 위한 필수적인 기능이 됐다. 윈도 10의 ‘코타나’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IoT 환경에서 수 많은 디바이스를 일일이 수동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사용자들의 피곤도를 높일 수 있기에 더욱 필요하다.

무력함에 빠진 한 남성이 OS 속 아름다운 여성 목소리를 가진 인공지능 비서 ‘사만다’와 사랑에 빠진 이야기를 그린 영화 '그녀(Her)'에서 주인공은 OS 인공지능을 통해 스케줄 관리뿐 아니라 집안 관리 등 다양한 행위들을 도움 받는다. 수년 내 우리 현실에서 일어날 일이다.  

구글, 애플, MS는 AI 및 딥러닝 역량 확보를 위해 천문학적인 R&D 비용과 함께 관련 기업들 인수에 적극적이다. 삼성도 이재용 부회장 체제가 자리잡으며 내부적으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도 역시 높아지고 있지만 이렇다 할 성과나 결과를 보여주기에는 시간이 더욱 필요할 듯 하다.

▲ 영화 Her의 한 장면 (사진=유튜브)

문제는 OS, AI의 경쟁력이 기본적인 SW 역량과 직결되는 상황에서 삼성은 아직 해외 유수의 기업들과 비교해 좋은 SW를 개발하기 위한 문화 자체가 조성되어 있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전자 개발팀의 한 핵심 인물은 지난해 12월 외신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삼성의 고위 임원들은 소프트웨어에 대한 이해가 전무하다”며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는 엄연히 다른데 그들은 여전히 하드웨어에만 집착한다”고 비난했다. 

삼성도 지난달 사내방송 SBC를 통해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수평적 조직 문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조직 문화를 바꾸기 위한 작은 시도들은 과거에도 수 차례 있어 왔지만 처음만 반짝하고 모두 공수레에 그친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최근 반바지 출근과 서로 ‘님’자 호칭을 붙이는 인사개편안을 내놨으니 이도 얼마나 갈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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