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이경탁 기자] 한국 IT 산업에 큰 지형변화를 가져다 줄 선택이 하루 남았다. 24일 국토지리정보원은 국토교통부, 미래창조과학부, 국정원, 외교부 등 8개 부처의 협의처 실무자들과 2차 회의를 가지고 구글 지도 반출 문제를 결정한다.

정부부처간 의견이 엇갈린다고 알려진 가운데 국토지리정보원 관계자는 “뉴스를 통해 추측들이 나돌고 있는데 현재 어떤 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 24일 회의를 가지고 최종 결정을 할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23일 국회 미방위 관계자에 따르면 국무조정실 등 정부 관계자들은 미국무역대표부(USTR)와 지난 18일 영상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에서 USTR이 구글 지도 데이터 반출 허용 압박을 하자, 정부 관계자들은 긍정적인 답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관계자는 “24일 개최되는 회의는 정부가 이미 구글에 지도 반출 허용을 결정해놓고 하는 통과의례에 불과하다”며 “원래 포켓몬 고(GO) 열풍을 타고 12일에 회의를 가지고 허용해주려 했는데, 여론 상황이 좋지 않아 회의까지 연기하며 여론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렸다”고 말했다.

▲ 오는 24일 정부는 관계부처와 회의를 가지고 구글 지도 반출 결정을 최종 결정한다 (사진=픽사베이)

실제 지난 23일 정부가 구글 지도 반출 허용으로 가닥 잡았다는 이야기가 업계에 돌자 '아이엠' 등 구글 지도 반출 허용 관련 수혜주들이 급등했다.  

업계에 알려진 바에 따르면 현재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를 제외하고 국토부, 미래부, 국방부, 통일부, 행자부, 국정원 등 나머지 부처 모두 구글 지도 반출 허용에 대해 반대 의견을 표명할 예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태영호 주영 북한 공사 망명으로 안보 이슈가 화두로 떠오르는데 아무리 미국의 압박이 있더라도 지도 반출 허용을 해주기 쉽지 않을 것이다”며 “만약 허용이 된다면 관계부처는 정치권의 압박과 비난을 버티기 힘들 것이고 현 정권에도 나쁜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전했다.

만약 구글에 지도 반출 허용을 해준다면 구글 사례를 계기로 그간 지도반출을 거절 당했던 BMW는 물론 모든 외국계 기업들이 정부에 달려들어 끊임없는 요구를 하며 한국이 다시 한번 일명 ‘글로벌 호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비판이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구글 코리아 관계자는 “현재 구글은 한국 정부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고 있으며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 어떤 결정을 내려도 후폭풍… '안보'냐 '경제'냐 그것이 문제로다

정부는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후폭풍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사면초가인 셈이다. 실제 미국의 무역 기조가 ‘보호무역’으로 움직이는 가운데 구글의 뒷배를 봐주고 있는 USTR의 요청을 거절한다면 저성장에 빠져있는 한국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최근 성장하고 있는 국내 스타트업 산업에도 찬물을 끼얹는 셈이다. 국내 양대 포털인 네이버와 카카오 등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스타트업 업계는 구글 지도 반출 허용을 바라고 있는 입장이다.

스타트업 입장에서 내수 시장은 대기업이 꽉 잡고 있어 해외진출이 필수적인데, 정상적인 구글 지도가 있어야 국내와 해외간 연계한 서비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판 에어비앤비라 불리는 ‘코자자’의 김봉수 실장은 “우리는 구글 지도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불리한 점이 예약할 때는 구글 지도를 보고 외국인 관광객들이 오기는 하는데 막상 숙소를 찾아가려고 하면 그때부터 난감해져서 꼭 호스트에게 연락을 취하게 된다”며 “그런데 호스트들 중 영어 의사 소통이 불가능한 사람이 있으면 대화가 어렵고 이상한 길로 찾아가게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 구글은 지도 반출 허용이 구글뿐 아니라 국내 위치기반 신사업들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한다 (사진=위키피디아)

이어 “현재는 대한민국 한옥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향후 유럽 등의 고성 등도 묶어서 진행할 수 있을텐데 한국에서 서비스가 잘 돼야 외국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반면, 국내 정치계와 포털업계는 구글에 지도반출을 허용해주는 것은 정당하게 세금을 내고 관련 서비스를 하려는 국내기업들을 역차별하는 것이고, 분단국가에서 지켜야 할 안보는 물론 4차산업혁명의 핵심이 될 사업의 주도권을 구글에 던져주는 꼴이라고 이야기한다.

만약 구글 지도 반출 허용으로 결정이 난다면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와 여론은 더욱 싸늘해질 것으로 보인다.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은 “만약 반출을 허가할 경우 공간정보법 상 간행심사 등 사전, 사후 규제를 집행할 방법이 현재는 없다”며 “위치나 지명에 관해 우리가 주도적으로 결정하거나 오류를 바로 잡을 수 없어 정보주권이 심각하게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건 없이 우리 정보주권인 지도를 반출할 경우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제재조치가 지금으로서는 전무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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