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김효정 기자] TV 패널 가격이 오르면서 디스플레이 기업들은 미소를 짓는 사이, 완제품 TV 기업들은 시름을 앓고 있다. 특히 기존 TV 기업을 누르기 위해 ‘저가’ 공세를 펼치던 중국 인터넷 TV 기업들은 전략을 선회할 필요성까지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 컨설팅 기업들은 삼성의 40인치 패널 생산 공장이 문을 닫는 것도 대형 패널 공급 부족 현상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최근 중국 컨설팅 기업 중이캉(中怡康)의 데이터에 따르면, 글로벌 패널 가격은 올해 2분기 이래 바닥을 찍고 반등세에 올라탔다. BOE, 이노룩스, AUO 등 패널 기업은 2분기 이래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며 수요에 공급이 못 따라가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하이엔드 패널의 가격 상승세는 로우엔드급 패널의 전반적인 상승세를 일으키고 있으며, 저가를 주창하던 중국 인터넷 TV 기업들의 전략에 타격을 주고 있다. 패널 가격이 전체 가격의 70% 이상이 되면 저가 전략을 지속하기 어려운 것이 이들 업체의 상황이다.

■中전문가들 “삼성 공장 문 닫는 것이 공급 부족 원인”...상반기 패널 가격 하락 바닥 쳤다

TV 패널 가격은 지난해 이래 지속적으로 하강 궤도를 그려왔다. 32인치 패널을 예로 들면 2015년 5월 32인치 패널 가격이 87달러 였으며 2016년 초 평균 가격 하락폭은 60%에 달했다. 이러한 상황은 올해 2분기 호전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중이캉의 통계에 따르면 올해 3월 이래 LCD 패널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으며 8월 32인치 패널 가격은 이미 68달러에 도달했다. 다른 인치 제품 가격도 상승세에 올라탔다.

이와 동시에 BOE, 이노룩스, AUO 등 패널 제조 기업들 역시 2분기 이래 시장 상황이 호전됐다고 밝히면서 공급 부족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고 언급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일부 인치의 공급 상황이 매우 팽팽하며 특히 32인치 패널 공급이 매우 타이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48인치에서 55인치 구간의 공급 상황도 타이트해지고 있다.

중국은 9월과 10월이 TV 업계의 전통적인 성수기로 꼽힌다.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들의 ‘8월 18일’ 마케팅, 중추절 연휴, 10월 초 국경절에 이르는 쇼핑 특수가 줄줄이 자리하고 있다. 전자상거래 판매의 주인공은 바로 TV다. 게다가 이어지는 유럽과 미국의 연말 쇼핑 성수기 진입 시기가 가까워지면서 올해 하반기 하이엔드 패널 가격 공급은 더욱 타이트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TV 기업의 요구도 늘어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형 TV의 인기는 더해지고 있다. 중이캉의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48인치에서 49인치에 이르는 구간의 TV 유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1.1% 늘었으며 55인치의 유통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3.4% 상승했다.

중이캉의 흑색가전 비즈니스 부총경리 펑셴둥(彭显东)은 “지난 3월 40인치 4K 패널의 가격이 79달러에 머물러 있었는데 8월 들어 가격이 100달러까지 올랐다”고 토로했다. 펑 부총경리에 따르면 두 가지 원인이 있는데 한 가지는 삼성이 곧 40인치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7세대 라인을 닫으면서 40인치 패널의 공급 부족 상황을 가져온 것이다.

두 번째 원인은 65인치 패널이 올해 고성장하면서 중이캉은 올 하반기 유통량이 250만 개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로 인해 패널 공급이 부족하나 상황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다.

▲ 삼성이 7세대 라인을 닫으면서 40인치 패널 공급 부족현상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중국 TV 업계는 패널 가격 상승으로 안절부절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삼성전자의 퀀텀닷TV

■ 가격 낮춘 TV 기업들, 가격 못 올려 ‘앓는 소리’
 
패널 가격이 상승하는 상황에 맞서 중국 콘카, TCL 등 TV 기업들은 이미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중국 언론 신시스보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일부 TV 브랜드들은 사전 입고를 주문하고 있으며, 지금 주문하면 내년 춘절 전후까지 가격을 안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장기간의 가격 전쟁과 이전의 패널 가격 하락 때문에 TV 가격이 오르지 못하면서 이익도 거의 남지 않는 수준이었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이 때문에 TV 기업들의 원가 비중이 높아졌으며 이제 패널 가격이 상승하면 TV 기업들은 TV 가격을 상승시키기 쉽지 않기 때문에 곤경에 처하게 됐다는 것이다.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TV 가격은 지난해 상반기 대비 10% 가량 떨어졌다. TV 기업들은 ‘TV를 파는 것이 배추를 파는 것만 못하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업계 전문가들은 하반기에 TV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지만 가격이 지난해 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 될 것으로 본다. 2016년 상반기 보다 가격 상승이 이뤄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에 TV 기업들은 직접적으로 가격을 제시하는 모델만 내놓기 보다는 전체적인 상품 구조를 업그레이드 해야 하며 4K, 스마트 등 중고급 하이엔드 TV 비중을 늘리거나 신제품의 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수 밖에 없다.

사실상 최근 새롭게 출시된 제품은 가격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주 중이캉의 데이터에 따르면 기존 TV 브랜드의 40인치 4K 제품 평균 가격은 2999위안이었으나 40인치 제품의 평균 단가는 1000위안 가량 올라갔다.

패널 가격 상승은 특히 저가를 주창하던 중국 인터넷 TV 기업들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최근 패널 가격의 상승폭이 40인치와 43인치 등 중소인치대에서 커지면서 중국 인터넷 TV 브랜드들의 주력 제품 라인이 직격타를 맞았다. 40~43인치 대가 이들 TV 기업의 주력 제품이기 때문이다.

이에 중국 전문가들은 이러한 인터넷 TV 기업들이 박한 이익을 남기거나 팔아도 못 남기는 상황, 혹은 적자를 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원가 압박이 커지면서 콘텐츠 투자 역시 어려워지는 악순환까지 일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렇게 인터넷 TV 기업들의 기세가 꺾이면 이들 기업의 ‘저가 전략’ 자체가 흔들리면서 시장 재편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중국 디스플레이 전문가들은 현재 글로벌 패널 업계가 ‘U자형’ 궤도를 그리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으며 패널 산업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글로벌 디스플레이 패널 산업 전체를 낙관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패널 공급망이 전반적으로 다소 어려운 시기를 겪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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