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선민규 기자] 삼성전자가 쌓아올린 탑이 일순간 무너졌다. 전량 리콜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지키고자 했던 브랜드 신뢰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최근 리콜을 시작한 중국 시장 내 갤럭시노트7 판매고는 잃어가는 시장점유율의 민낯을 드러냈고, 미국 내 소비자 중 40%가 삼성전자 제품을 재구매할 의사가 없다고 답하는 등 삼성전자로선 힘겨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발화점은 갤럭시노트7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신뢰도 하락의 모든 원인을 모두 갤노트7 탓으로만 돌릴 순 없다. 삼성전자의 제품 품질에 대한 논란은 사실 꽤 전부터 지적돼 왔다. 운영체제 업데이트가 늦는 중저가 스마트폰이 그랬고, 뚜껑이 날아간 세탁기도 그렇다.

삼성전자는 제품군을 이원화해 시장점유율을 높였다. 모바일만 보더라도 갤럭시S 시리즈와 갤럭시노트 시리즈 등 프리미엄 모델과 J시리즈 A시리즈 등 중저가 모델로 나뉘어 있다. 증권가 분석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판매량 7800만대 중 플래스십 모델의 판매량은 2200만대로 알려졌다. 판매량의 72%가 플래그십이 아닌 중저가 모델에서 발생한 셈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플래그십 모델을 알리고 판매하는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자사의 최신 기술력을 쏟아부은 모델인 만큼 애착과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사이 중저가 모델 구매자들은 삼성전자의 상대적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다.

실례로 삼성전자가 2014년 출시한 ‘갤럭시알파’를 들 수 있다. 당시 80만원에 육박하는 가격으로 출시된 갤럭시알파는 배터리 용량 부족과 잦은 오류로 소리 소문 없이 자취를 감췄다. 삼성전자가 약속했던 운영체제 업그레이드도 소원한 상태다. 구매 2년이 채 지나지 않아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낙후돼 버린 스마트폰과 아무런 대처도 제공하지 않는 삼성전자, 갤럭시알파 고객 중 삼성전자 제품을 다시 구매할 의사가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실패는 있을 수 있다. 특히 최첨단을 달리며 끊임없이 혁신을 추구하는 ICT분야에서의 실패는 그 누구도 비난할 수 없다. 하지만 실패를 통해 배우지 않는다면 다음번 성공은 보장할 수 없다. 만약 성공한다 하더라도 모래성위에 쌓은 집처럼 아슬아슬 위태로울 것이다.

구글은 새로운 프로젝트가 실패할 때 전 직원들 앞에서 실패한 팀을 칭찬하고 상을 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성공을 위해 실패는 반드시 뒤따라야 하는 과정이고, 실패를 통해 배우는 만큼 성공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신조 때문이다. 그동안 바삐 달려온 삼성전자는 그동안 놓쳐온 기본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타의에 의해 맞았다. 다시금 고삐를 움켜쥐는 일도 좋지만 고개를 들고 지금껏 걸어온 발자취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은 지난달 2일 갤노트7의 리콜 결정을 알리며 ‘신뢰 만큼은 지키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갤노트7을 뛰어넘는 새로운 플래그십 모델의 개발·성공을 통해 신뢰를 회복하는 것도 좋지만, 단 한사람의 고객을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하는 사소한 모습 속에서도 신뢰는 싹트기 마련이다. 단순 위기극복을 위한 연극이 아니라 진정으로 소비자 신뢰 회복을 원하고 있다면 답은 멀리에 있지 않다. 기존 고객들의 불만부터 살피는 일, 그 단순함이 첫걸음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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