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김효정 기자] 중국판 ‘넷플릭스’, 중국판 ‘구글’을 꿈꾼다. 중국의 콘텐츠 공룡 러에코(LeEco, 乐视)가 미국에 진출했다. 미국 TV 회사 비지오(Vizio)를 인수해 세계를 깜짝 놀래킨 이후 이뤄진 러에코의 정식 미국 진출은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러에코는 최근 영국의 콘텐츠 회사를 인수해 글로벌 행보를 가속하기도 했다.

■ ‘빅뱅(Big bang)’ 발표회 개최...‘인공지능’ 자신감

10월 20일 새벽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러에코의 ‘빅뱅(Big bang)’ 발표회가 개최됐다. 중국 매체 인민망은 “이는 러에코의 ‘생태계’가 미국에 상륙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는 러에코에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고 기대했다. 또 “러에코 생태계는 이미 중국 내에서 시작해 전 세계로 뻗어나가기 시작했으며 이번 발표회에서 선보여진 제품은 러에코의 자동차 TV와 인공지능 등이어서 기대가 높다”고 덧붙였다.

이날 선보여진 제품은 ‘생태계 TV’, ‘생태계 휴대폰’, 그리고 ‘슈퍼 자율주행 자동차’, LeSEE PRO 자동차 등이다.

▲ 쟈웨팅 러에코 대표가 슈퍼 자율주행 자동차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러에코)

이날 발표된 내용의 핵심은 무엇보다 자율주행 자동차를 꿈꾼 ‘러에코의 자동차 생태계’인 이른바 ‘슈퍼 자동차’다. 자동차를 위한 인공지능, 즉 구글에 대한 도전인 셈이다. 러에코의 창업자인 쟈웨팅(贾跃亭) CEO는 “러에코 자동차 생태계에 있어 ‘미국’이 제 1의 주력 시장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올 1월 러에코는 실리콘밸리의 스마트 인터넷 자동차 기업 패러데이 퓨처(Faraday Future)와 전략적으로 협력해 양측이 자동차, 인터넷과 클라우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협력을 진행키로 했다. 인터넷 스마트 교통 기능 등을 가진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다.

러에코는 최근 베이징과 상하이, 실리콘벨리와 LA, 독일 등 각지에서 자동차 기업과 인터넷 등에서 1000여명의 인재를 영업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중국 매체가 기대감을 표하는 이유는 러에코가 가진 역량과 잠재력 때문이다. 러에코는 중국에서 각종 영상 콘텐츠 등을 보유해 중국판 넷플릭스로 비유돼 왔다. 최근 TV와 스마트폰 사업을 활발하게 펼치면서 콘텐츠 경쟁력을 보유한 하드웨어 기업으로도 자리매김했다. 이어 인공지능 서비스를 업고 해외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비지오 인수 당시 한국의 삼성전자를 위협한다는 언론의 보도가 잇따랐지만, 지금까지 보여진 모델로는 구글에 비유할 만 하다.

특히 인공지능의 ‘본토’ 미국에서 인공지능 서비스를 내세울 만큼 성장한 중국 기업의 위상 변화도 주목할만하다. 인민망은 “인공지능은 이제 더 이상 낯선 기술이 아니다”며 “각종 과학공상영화 속에서 봐오던 인공지능의 애플리케이션과 기능은 이제 로봇 역시 감정을 가지는 시대로의 진화를 앞당겼으며 러에코가 발표회에서 선보인 ‘핵심’ 역시 인공지능을 스스로의 제품에 입혔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품에 인공지능을 넣어 ‘사람’의 모습을 부여했다는 것이다.

▲ 러에코가 공개한 이미지를 통해 자동차, TV 스마트폰 등 미국 시장 진출 품목을 가늠할 수 있다. (이미지=러에코)

러에코 그룹 창업자인 쟈웨팅(贾跃亭) CEO는 발표회 전 ‘원데이(1 Day)’란 문구가 새겨진 이미지를 공개했으며, 이 이미지 안에는 TV, 자동차, 휴대폰과 미디어 플레이어 등이 그려져 있다. 인민망은 “이 이미지를 접했을 때 러에코가 이번 발표회를 통해 발표할 상품과 콘텐츠를 상상할 수 있었으며 ‘러에코3 휴대폰과 러에코 Dual3 인공지능 생태걔 휴대폰이 선보여질 것이라고 예상됐다”고 부연했다.

■ ‘러3’ 미국판 어떤 모습?

이날 발표된 러 S3는 다소 실망감을 안겼다. 기대와 달리 러에코의 미국 지역 맞춤형 휴대폰 ‘러(Le)듀얼(Dual)3’는 발표되지 않았다. 공개된 Le S3는 5.5인치 화면에 퀄퀌 스냅드래곤 652 프로세서를 장착하고 후면 1600만화소 전면 800만 화소의 카메라를 탑재했다. 3000mAh 용량의 배터리와 64GB의 내장 메모리를 보유했다. 중국 언론은 ‘러 2의 퀄컴판’이라며 적지 않은 실망감을 내비쳤다.

▲ 러에코의 스마트폰 '러S3' (사진=PC온라인)

당초 발표될 것으로 예상됐던 ‘러(Le)듀얼(Dual)3’는 중국에서 발표된 러(Le3)와 이름이 다를뿐 아니라 스펙 상으로도 차이가 있어 중국 언론 등의 기대가 컸지만 공개가 미뤄졌다. 이 제품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최신 미디어텍의 맞춤형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가 탑재됐으며, 1200만 화소의 전면 카메라가 달렸다.

인민망은 “러3과 러듀얼3에 대한 기대가 크다”며 중국에서 큰 인기를 누린 러1, 러2 휴대폰은 러에코의 슈퍼 휴대폰을 앞둔 전작이었다고 봤다. 러3는 더 강력해진 성능과 더 흡인력 있는 판매가, 그리고 러에코의 강점인 콘텐츠와 생태계까지 보완할 것이란 기대다.

러듀얼3은 러에코와 미디어텍의 맞춤형 2.59GHz AP를 탑재했다는 점에서 세간의 관심과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화웨이의 프리미엄폰 P9에 맞먹는 스펙을 가졌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중국에서는 자국 기업의 해외 진출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도 기대하고 있다. 인민망은 “중국 기업의 해외 진출이 비교적 늦었으나 러에코를 비롯한 기업이 해외 진출을 가시화하면서 선봉에 업계의 선봉에 서있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단계적 도전을 발판으로 삼아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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