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선민규 기자] 정부가 지상파 방송사와 유료방송사 간 갈등의 원인 해결을 위해 ‘지상파방송 재송신료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지만, 한 발 늦은 행정이라는 점과 대가 산정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의 목소리가 새나오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20일 지상파 방송사과 유료방송사 간 재송신료 산정을 위한 ‘지상파방송 재송신 협상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발표했다. ‘지상파방송 재송신 협상 가이드라인’에는 ▲재송신 협상의 원칙과 절차 ▲성실협상 의무 위반여부 ▲재송신 대가 산정 시 고려 요소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미 다수의 유료방송 업체가 지상파가 원하는 수준으로 재송신료 계약을 마친 탓에 정부의 가이드라인 재정의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에 따르면 KT스카이라이프와 CMB, 개별 SO를 제외한 대부분의 유료방송업체는 지상파 방송사와 재송신료 계약을 마쳤거나 마무리하는 중이다. 이들은 향후 3년간 현재 280원수준의 재송신료를 400원수준으로 단계적 인상하는 방안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료방송측은 아직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업체를 위해서라도 합당한 가이드라인 마련을 주장하고 있지만 계약이 이미 체결된 경우가 많아 큰 성과를 기대하긴 어려운 실정이다.

아울러 유료방송이 가장 원했던 ‘재송신료 산정 기준’이 모호하데 정해졌다는 점 역시 이번 가이드라인의 아쉬움중 하나로 지목된다.

   
▲ 케이블TV업계가 지난 8월 케이블TV 위기 극복 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하고 킥오프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케이블TV협회)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정당한 재송신료’에 대한 판단은 광고수익·시청범위·시청률·방송제작비·수익구조·물가상승률 다른 지상파 방송사와 재송신 계약 있는 경우 그 대가 산정에서 고려한 요소 등을 참고하도록 정했다. 유료방송사들이 원했던 구체적·객관적 기준과는 거리가 있는 상대적 기준인 셈이다.

유료방송 관계자는 “이번 가이드라인으로 협상에서 합리적인 대가 산정을 강제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며 “강력한 조정력 및 합리적 대가 산정 기준을 마련할 수 있는 전문기구의 운영이 필요하고, 이를 통해 향후 지상파뿐만 아니라 플랫폼과 콘텐츠사업자간 윈윈할 수 있는 콘텐츠 대가 거래시스템이 마련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상파 재송신료 논란은 지상파 방송사와 유료방송사 사이 케케묵은 갈등 고리 중 하나다. 지상파는 합당한 수준의 재송신료 산정을 원하는 반면, 수익구조가 날로 축소돼가는 유료방송입장에선 지상파가 요구하는 재송신료가 과도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둘의 갈등이 심화될 경우 시청자 피해로 전가될 가능성이 큰데다, 합리적 근거를 필요로 하는 유료방송의 요구에 따라 미래부와 방통위는 지난해 8월부터 지상파 재송신료 가이드라인 마련을 준비했다.

정부의 가이드라인은 ▲지상파방송사업자와 유료방송사업자  협상 당사자로서 우월적 지위를 갖고 있는 경우 이를 이용해 상대사업자의 정당한 이익 제한 금지 ▲지상파방송의 재송신 계약을 갱신하고자 할 때 희망일 6개월 전 서면 통지 ▲재송신료 대가 인상·인하를 주장할 경우 명확한 근거의 제시 ▲지상파 재송신 중지 예정일 2주전 시청자에게 고지 ▲정당한 사유 없는 협상이나 계약체결 거부 금지 ▲정당한 사유 없이 현저히 불리한 재송신대가 요구 금지 등 내용을 담고 있다.

방통위와 미래부는 “이번 가이드라인이 직접적으로 법적 효력을 지닌 것은 아니지만 관련 법령의 해석 지침으로 활용될 수 있어, 사업자 간 협상이 합리적으로 진행되도록 하는데 기여할 것”이라며 “추가적인 제도개선 방안도 발굴‧논의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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