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경쟁력 있을 뻔 했던 갤럭시노트7의 조기 사퇴(?)로 인해 아이폰7이 예상 보다 더 많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애플 입장에서는 글로벌적으로도 갤럭시노트7 효과를 보고 있다.

삼성전자에게는 매우 당황스러운 상황이 경쟁자 애플에게는 기회가 됐다. 또한 무섭게 떠오르는 차기 스마트폰 강자 중국의 화웨이에게도 높은 시장의 담을 무너뜨리는 계기를 마련해 줬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25일(현지시간) 갤노트7에서 아이폰으로 전향하는 모든 소비자들을 환영한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갤노트7 단종으로 인한 반사이익을 기대한다는 뜻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7, 그리고 앞으로 나올 갤럭시S8과 갤럭시노트8에 집중하기 위해 마케팅을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경쟁자의 약점을 잡은 경쟁사들이 기회를 놓칠리 없다.

삼성전자가 놓친 기회는 영업이익 손실이나 특정 기종에 대한 단종과 실패가 아니다. 유감스럽게도 삼성의 가장 큰 무기이자 지금의 브랜드 경쟁력을 가져온 '일등 품질'에 흠집을 낸 것이다. 이것이 미래의 삼성전자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 지 아직 모르는 일이다.

삼성전자는 휴대폰 시장에서 두 차례 혁신을 했다. 하나는 1995년 이건희 회장이 자사 휴대폰의 품질을 지적하면서 행했던 '애니콜 화형식'이다. 또 하나는 옴니아 브랜드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명함도 못 내밀던 때 때 역시 이건희 회장이 직접 사업을 챙기면서 스마트폰 강자로 자리매김 한 것이다. 이러한 일들은 바로 엊그제 일처럼 느껴진다.

이 두 차례의 고비와 혁신을 통해 삼성이 얻은 것은 '일등 품질'이다. 삼성전자 제품은 튼튼하고 고장이 없으며 안전하다는 소비자의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말이다. 디자인과 기능 혁신 등 갤노트7이 정점을 찍는 줄 알았다.

▲ 아이폰7과 갤럭시노트7

지난 25일 방송통신위원회는 국내 이동통신 3사에게 구두 경고를 했다. 아이폰7 출시와 함께 불법 지원금이 판을 치자 시장과열을 막기 위한 조치다.

스마트폰 판매처인 이통사들이 소비자들에게 인기 있는 제품을 더 많이 팔고, 경쟁사들의 고객을 뺏어오기 위해 단통법 이후 다소 누그러진 불법 보조금을 뿌리며 출혈 경쟁을 시작했다. 아이폰7에도 최대 40만원의 판매장려금이 지급됐고, 갤럭시S7에는 최대 50만원이 번호이동시 지급됐다. 불법 지원금이 아니더라도 갤럭시S7의 구입가는 사실상 40만원대까지 내려간 상황이다.

아이폰7은 애플이 제조사 지원금을 단 한푼도 지급하지 않는 신제품이다. 실제 판매현장에서는 아이폰7 보다 갤럭시S7에 대한 지원금과 물량이 더욱 많은 상황이다. 아이폰에 대해 이통사만의 지원금으로 타사 고객을 유치하는 것은 부담이 된다.

그러나 신뢰 회복을 위한 마케팅을 집중하고 있는 삼성의 제품에 대해서는 이통사의 부담이 훨씬 덜 하다. 이는 자칫 재래시장에서 팔다 남은 땡처리 상품을 파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된다. 쉽고 싸게 얻은 상품은 소비자에게 그 가치가 덜 하다.

신도림의 한 판매점 직원은 갤럭시S7에 대한 지원금이 계속 오르는 추세고, 아이폰7에 비해 제품 확보도 쉽다고 말한다. 그의 말을 빌리면 '그래도 삼성이지'라는 고객과 '역시 아이폰이지'라고 말하고 생각하는 고객과 판매자가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래도 삼성이지'라는 말 보다 '역시 아이폰이지'라는 말이 더 많아진다고 한다.

삼성이 갤노트7 교환프로그램을 내놓고, 갤럭시S7에 대한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어도 한 번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쉽지 않다. 마침 오늘은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등기이사에 선임되는 날이다. 이건희 회장이 2008년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난 이후 8년만에 오너 일가가 등기이사직에 복귀하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주요 과제로 갤노트7 수습을 말한다.

갤럭시 브랜드가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제자리를 찾기를 바란다. 그 구체적인 방법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처럼 아이폰 보다 더 많이 팔기 위한 물량공세는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소비자들은 생각 보다 똑똑하고, 시장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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